예서 73

여백과 구도

고독했던 시절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필름카메라이어서 찰나를 허비하지 않는 지혜를 배웠을 것이다. 근원과 현상에 대한 의문과 갈망으로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다음에야 구도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백이야말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 미처 의식하지 않는 환희의(혹은 슬픔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진을 찍어주신 분께 감사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霓至園_/rainbow_ 2015.03.27

마음까지 담아내는 사진

저 때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하게 하는 사진들이다. 우리와 잠시 떨어진 아이들을 돌보던 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이다. 어떤 사진은 우리의 가슴이 무엇인가를 더 헤아리게 한다. 저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고. 아이들의 행복을 담아내는 그 곡진한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 마음마저 살며시 웃음 짓게 되는 것이다.

霓至園_/rainbow_ 2014.07.31

장흥아트파크에 가다

지난 주, 새로운 직장의 출근일이 정해지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가족들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아이들과 좀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마침 예지가 아파서 생각처럼 여행을 가거나 멀리 가진 못했지요. 가장 마음에 든 곳은 장흥아트파크(http://www.artpark.co.kr)입니다. 거리도 가깝고, 그리 넓은 곳은 아니고 화려한 시설도 없지만, 좋은 미술관도 있고 알뜰히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습니다(수영장도 있는데 들어가진 않았어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고... 사실 저도 즐겁게 놀았지요.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가나 어린이 미술관"입니다. 멋진 그림과 전시물도 있고 두툼한 도록도 공짜로 얻을 수 있고 미술관 안쪽엔 실내 놀이터가 있습니다. 공원 내 작은 전시관이 ..

霓至園_/rainbow_ 2013.08.31

너머서교회 유치부 가족캠프(2013/8/15-16)

너머서교회 유치부 가족캠프를 다녀왔습니다. 강화도의 큰나무캠프힐에서 아진아윤(민형)이네, 예지예서네, 다빛다휘네, 소연(소정)이네, 이음이네, 유민이네 등 총 여섯 가정과 안해용 목사님, 이영지 유치부 부장선생님 등이 함께했습니다. 아이들도 즐거웠지만, 아이들을 볼모(?) 삼은 부모들도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마당에서 물놀이. 예서, 방긋! 물놀이 후 영화 감상. 아이들 표정은 사뭇 진지. 애교 율동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막내 소연이. 팬션 마당의 멋진 아이들의 요새로 뛰어오르는 유민이. 유민 엉아 뒤를 물풍선 폭탄을 들고 따르는 예서. 진격의 유치부! 이런 멋진 요새를 가진 팬션이라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들. 수백 수천 개의 표정을 가진 아이들. 모든 프로그램은 아빠들이 돌아가면서 진..

視線_ 2013.08.19

고향집 양동

지난 주에 아내 순일의 고향집 양동에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자란 집, 가난과 힘겨움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곳이지만아이들은 이곳을 참 좋아합니다.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가눈물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외할머니, 지천에 널린 푸른 생명들과 옆집 소, 송아지들, 동네에 하나뿐인 조그만 구멍가게, 겨울이면 눈썰매장으로 바뀌는 논두렁, 여름이면 충분히 훌륭한 물놀이터 냇가,맑고 높은 푸른 하늘, 쏟아질 것 같은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이들이 이곳을 '고향'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이폰으로 찍은 몇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옮겨 놓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들려드릴 노래를 연습 중인 예지. 곡명은 "햇님 사랑".

霓至園_/rainbow_ 2013.07.25

아이들을 위한 시 (도종환)

아이들을 위한 시 도종환 이 아이들의 가슴 속에 무슨 꽃이 피고 어떤 나무가 자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이 아이들이 좋다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바람이 불고 어떤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지 나는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안아주고 싶다 작고 죄 없는 이 아이를 이 여윈 아이들의 깊은 곳에 어떤 하느님이 계시고 어떤 기도가 흘러나왔는지 나는 듣지 못하였다 그래도 나는 바란다 눈동자가 까만 이 아이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길 서귀포 모래밭 순비기꽃보다 더 순한 빛깔이 그들에게서 나오고 천년을 사는 사오댄 나무보다 더 오래가는 생명이 그들에게서 시작되므로

scrap_ 201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