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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 <시인 백석-1, 가난한 내가, 사슴을 안고>(흰당나귀, 2012)

"백석 시인의 시는 우리 모국어의 성채다."(10쪽) 마치 언젠가 최영미 시인이 기록했던 '시대의 우울'을, 그러나 쓸쓸한 언어가 아닌, 향토적이되 미려한 시어로 고독한 영혼의 로맨스를 노래했던 백석. 그는 가히 독보적이다. 시대에 묻힌 것이 아니라, 시대가 그를 아껴 감추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백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었단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숱한 역본으로, 그 원석은 세월이 지날 수록 더욱 정교히 재현된다. 평생 백석의 흔적을 찾아 헌신했던 송준 선생 덕분으로, 백석 평전이 완간되었다. 언젠가 오늘, 이 암울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나의 가슴도 백석처럼 로맨스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평전을 읽으며 나의 낭만적 기대는 조금씩 무너져 가는 느낌이다. 로..

view_/책_ 2012.10.29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새물결플러스, 2012) 독서 후기

1. 저자의 면면은 화려하나 짧은 시간 모은 원고라는 느낌을 너무 강하게 받는다. 일부 글은 좋다. 일부 글은 좋으나 새롭지 않다(그간 저자가, 또는 다른 이들이 했던 논지). 일부 글은 비약과 허점이 보인다. 2. "투표"를 내세운 책이 많이 팔리기를 기대했다면, 독자들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투표를 위해 독서하기로 결정하는 독자는, 이미 이 책의 수준을 벗어난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였다. 부동층을 노린 것일까? 하지만 그들 가운데, '기독 지성'을 가진 이들은 너무 소수다. 무엇보다 IVP가 야심(?)차게 낸 의 실패를 참고했어야.(-_-) 3. 철저히 손해볼 생각을 하고, 책을 내놓았으면 어떠 했을까? (그랬다면 독자들에게 읍소하지 말고, 예전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와 ..

view_/책_ 2012.10.28

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의 앞날개에 썼던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며 요동쳤던 그 감사의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송강호 그는 평화의 사람이다. 평화사역에 생의 전부를 던졌기에, 늘 폭력과 불의의 땅에서 산다. 사단법인 개척자들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르완다, 보스니아, 소말리아,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반다아체, 카슈미르, 아이티 등에서 평화 활동가로 섬기면서 평화와 화해의 사역을 감당하였다. 전쟁과 분쟁, 재난 피해 자들의 고통과 함께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열강에 맞서 약한 자들의 벗이 되어 전쟁의 참화를 막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가교를 만들고, 고아를 위한 집을 짓고, 아이들에게 평화 의 언어와 노래를 가르쳤다. 이를 위해, 개척자들은 현지에서 평화 학교를 운영하며 전 ..

view_/책_ 2012.10.09

<무신론의 심리학> 유감

폴 비츠의 을 흥미롭게 읽었던 독자로서,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난 이 책이 상당히 불편하다. "결함 있는 아버지 가정"이란 전제가 무신론자의 심리적 토대가 된다는 전제는, 자칫 어떤 특정 샘플에 의존한 비약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아버지의 부재가 되려 신앙의 근거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신론자들에게 무례한 책이 아닌가 싶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752250

view_/책_ 2012.10.05

VIVO mk2

원래 갖추고 싶은 시스템은 따로 있었다. 솜시피커 BR-15, DHT의 Wiki 6BM8 싱글인티앰프. 이 정도 구성에 CDP와 Mac-fi를 구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환경과 형편에 저 정도 구성도 욕심이지 싶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출장 중에 만난 어떤 분이, 당신이 쓰시던 VIVO mk2를 주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부디 이 선물이 재앙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아직 재앙까지는 아니나, 불과 일주일 사이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스피커 캐슬 리치몬드 3i와 마란츠 CDP를 영입했다. 원래 생각했던 구성은 아니나, 이 정도도 훌륭하다 싶다. 주말 내내 우울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새벽 빗소리에 깨어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들었다. 너무 좋았다. 좋아서 사무실에 가..

view_/음악_ 2012.08.20

「의자 놀이」, 그리고 부르그만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저녁에 읽던 「의자 놀이」 때문이다. 칠흑같은 비극들에 불편하고 아프고 슬프고 분노했다. 달리 무엇을 변명해야 할지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채, 기어코 찾아낸 것이 불면의 궁색함이다. 부르그만의 책을 꺼내어, 얼마전 읽었던 부분을 다시 되새긴다. 부르그만은 출애굽 내러티브가 형성되는 시점, 유대교의 가장 핵심적인 기억이며, 기독교 전통과 의식에 유입되는 핵심적 사건인 출애굽 기적이 시작될 즈음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 기적을 가능케했던 이스라엘의 "가장 초보적 기도"를 주해한다. 여러 해 후에 애굽 왕은 죽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그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상달된지라.(출 2:23) "가장 초보적 기도..

view_/책_ 2012.08.17

책 읽기 모임을 위한 간단 규칙

1. 경제 정의 관련 독서 모임을 인도한다던 어떤 자매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2. 관련 글소책자로 책 읽기 모임을 시작하려면 자매님,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니,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네요.^^ 예전에 제가 인도했던 책 읽기 모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아요. 책 읽기 모임을 위한 몇가지 규칙 1. 책 전체를 모임 인원만큼 나누어 발제 한다(한 번의 모임으로 한 권을 끝낼 경우). 2. 토론 범위만큼 읽어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자기가 맡은 발제 범위만큼은 반드시 읽어온다. 3. 책 읽어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빠지지 않는 것이다. 4. 발제는 10분 안에 마치되, 간단한 요약 리포트를 나누고 토론하고 싶은 이슈를 제안한다. 5. 전체 발제를 한 후, 토론에 들어간다. 6. 전체 모임 시간은 2..

view_/문서운동_ 2012.08.16

송성영,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저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의 구절을 읊조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작은 소리에 놀라 그물에 칭칭 감기고 흙탕물에 나뒹굴며 제 성질을 못 이겨 부르르 화를 냅니다. 어리석게도 제 잘난 맛에 푹 빠져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까지 끌어들여 화를 내게 만듭니다." 송성영, , 37쪽. 우리가 읊조리고 고백하는 '가치'에, 굴복하며, 순응하며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것이야말로, '기적 같은 일'일 것.

view_/책_ 2012.08.07

소명에 대한 좋은 책(<모험으로 사는 인생>,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소명에 대한 좋은 책들이 있다. 소명을 정의하고 분별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책. 그런 책이 필요하고 마땅히 읽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설명하기보단, 소명을 북돋고 위로하고 용기있게 내딛게 하는 좋은 책이 있다. 이런 책 중에서, 난 단연, 폴 투르니에의 과 파커 팔머의 를 첫 손에 꼽는다. 내 인생의 주요 '사건'을 정리할 때, 인용되는 책들이기도 하다.

view_/책_ 201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