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_ 139

존 스토트, <나의 사랑하는 책>(IVP, 2012)

존 스토트, (IVP, 2012) "존 스토트 평생의 역작이 그의 마지막 선물이 되었습니다."라는 카피는 좀 진부하게 느껴진다. 「제자도」가 '그의 마지막 책'이란 강력한 카피로 성공한 이후, 새삼스럽게 쏟아진 그의 책들이 대부분 "마지막"이란 수식어를 남용하였으니까. 이 책도 그렇다. '마지막 선물'은 좀 그렇다. 하지만 '평생의 역작'이란 표현은 적합하다. 왜냐면 이 책은, 존 스토트가 그의 말년에 남기고자 했던, 평생 그토록 강조했던 '교회력에 따른 성경 읽기'였던 까닭이다. 존 스토트가 평생 사랑하고 헌신했던 두 가지, "교회"와 "성경"의 두 기둥이 이 책에 오롯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난 책의 제목에 '교회력'이란 단어를 넣자고 제안했다. '교회력에 따른 성경 통독'은 존 스토트의 갈망을 ..

view_/책_ 2012.12.02

장 지글러,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갈라파고스, 2012)

"기아 문제를 다룬 저자의 전작들을 아우르는 결정판." 출판사 카피가 맞다. 허나 그 담론의 아우라는 첫 번째 책에 미치지 못한다. 후속작으로 갈수록 보다 정교해졌고 풍부한 자료와 사례로 구체화되었으나, 그만큼 독자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아마 이 책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는 단지 판촉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늘 이런 책들의 진정한 가치는 무관심한 대중을 우리의 편으로 만드는 것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 지성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나, 그들은 더디다. 너무 더디다. 그들은 변화되기에 가진 것이 너무나 많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글러의 책을 계속 번역해 왔던 양영란 씨의 글 속에 있다. "지글러는, 이제까지 ..

view_/책_ 2012.11.29

"잡설" 북콘서트 후기

"잡설" 북콘서트 후기 1. 한종호 대표님이 "난장"(亂場)이란 표현으로 여셨다. 진짜 그러했다(사족이지만 한종호 대표님이 모 잡지에서 쫓겨나신 것은, 나같은 독자에게 한마디로 "대박"이다!). 2. 이지상 님의 노래는 저번 송강호 북콘서트 이후 두 번째 듣는다. 마지막 곡 "탄탄오와 문정현"은 마음을 소란케, 심장을 요동케 했다. "탄탄오는 밀라이 사람. 슬픔을 슬픔으로 엮는 시인.""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슬픔의 중심만을 걷는 사제." 그리고 후렴구는 이러했다. "평화는 평화 살게 놔두라고. 구럼비 발파가 대추리의 함성으로, 강정의 외침이 용산의 비명으로 하늘까지 닿는 죄악은 만대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네 지울 수 없다네.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 3. 김민웅 교수님은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view_/책_ 2012.11.28

지도 두 가지! (<인문 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20세기 사상 지도>)

지난 주말, 나의 즐거움이 되어준 "지도" 두 가지. (이택광, 글항아리, 2010) 사실 이 책에 "가이드"란 제목은 무리다. 불친절하다(허나 책은 모름지기 불친절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저자 서문에 "이론은 근육이다"라고 밝혔듯이, 이 책은 싸이가 노래한대로 "사상이 울퉁불퉁"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겐 좋은 교과서가 될듯 싶다. "좌파"란 수식어가 불편하지만(인문 좌파와 정치적 좌파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구분이 가능할까?), 결국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만다. '인문 좌파'란 김영민 교수와의 대화 중에 세운 개념이란다. 그것은 현재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에 속하는 기존의 지식인 유형과 다른 윤리와 실천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지점임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매력적이나 충..

view_/책_ 2012.11.12

"평화" 북콘서트, 페이스북에 올린 단문들

_"평화" 북콘서트에 제주 강정에서 구럼비를 지키던 활동가들이 많이 오셨다. 아마 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자리에 함께한 것일게다. 노래 손님 "목백일홍"이 "구럼비"란 제목의 노래를 부른다. 내 앞자리 활동가 한 분이 눈물을 훔친다. 난 저 마음을 잘 모르겠다. 저 속에 어떤 맺힌 것이 있는지, 전국을 돌고돌아 지친 저 육신들이 왜 여기에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정말 난 그 아픈 마음을 다 알지 못하겠다. 그저 나도 따라 아프다. _동원 씨도 함께했다. 그래서 더 기쁘다. "목백일홍"이 "조율"을 부른다. 아. _강정은 평화 활동가들이 지키고 싸우고 잡혀갈테니, 그저 우리더러 와서 구경꾼이라도 되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신다. 그렇게 말하시며 다시 울먹이는 송강호 박사님. _"평화" 북콘서..

view_/책_ 2012.11.06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3부작

이 '반값'이다. "긍정"은 늘 '절반'만 믿어야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한국에 에런라이크 같은 사회비평가가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 현상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뿐 아니라, 그 '현장'(그냥 현장이 아니라, 그 바닥!)에 뛰어드는 그의 '모험'은 가히 독보적이다(정말이지 을 읽으며 난 깜짝 놀랐다!). 또 그의 글은 얼마나 유쾌하고 명쾌하던가. 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배신' 3부작 중에선 이 아마도 그의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고 한국 독자들에겐 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에런라이크와의 첫 만남을 위해선 이 책이 딱이다. 근데 절반 값이니 어서들 구입하시길! ※아래는 부키 블로그에 소개된 글(http://blog.bookie.co.kr/1002)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

view_/책_ 2012.11.05

공지영

나는, 공지영 작가는 이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은 다수의 문학 평론가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설사 그 책이 작가로서의 그의 '바닥'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그의 작가적 행보는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대중과 싸우기보단 화해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대중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스스로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정상의 위치에 있는 작가로서 쉬운 일이 아닐게다. 그럼에도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자존심 따위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후, 그의 작가적 행보는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이할 거다. 이 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절대적 동력을 확보하는 전환이었다면, 는 사람에 대한 깊고 애달픈 사랑이라는 숭고한 동력을 확보하는 전환이었을 것이다. '작가 공지영'의 행보를 더욱 기대..

view_/책_ 2012.10.31

헌책방

몇 달 전, 신촌에 생긴 알라딘 헌책방을 가 보고선, 그래도 기존 헌책방들은 괜찮을 것 같았다. 알라딘 헌책방엔 신간 또는 기존의 베스트셀러가 많았고, 출판사들의 리퍼 도서 유통처로 보였다. 그런 까닭에, 알라딘은 기존 헌책방에 비해 종수가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이는 기존 헌책방 단골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낭만적이었던 것 같다.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오늘 오후 신촌 지역에 있는 글벗, 숨어있는 책, 공씨책방 등을 두루 다녔다. 사장님들께 평안하신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한결같이 힘들다고 하소연하신다. 우선 책 매입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새로운 헌책의 매입량이 떨어지니 단골의 발길도 뜸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손님도 크게 줄었단다. 매출도 줄어 이제는 신..

view_/책_ 2012.10.30

김영민

동료의 추천으로 김영민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이 작년 이즈음이었다. 그리고 일 년간 그의 작품은 거진 다 읽은 것 같다. '재야의 선생', 비록 그의 삶은 더욱 고달프겠으나, 그것이 그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차정식 교수님의 페이스북에서(Jungsik Cha) * 김영민 교수가 한신대를 스스로 그만두고 다시 재야의 선생으로 돌아갔다. 벌써 네 번째에 이르는 자발적 교수직 포기다. 애써 주선한 나로서는 서운한 일이지만 그게 그의 선택이라면 운명의 표정을 띠고 있으리라. 오지 않는 복음의 예언자로 나선 마당에 두려울 게 무엇이랴. 시인 윤동주의 변용된 팔복을 한 번 더 비틀어 윤동주가 채 다다르지 못한 사유의 한 지점을 가리키는 21세기의 잠언! 오지 않는 福音 감사받지 못한 마음은 복이 있나니..

view_/책_ 201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