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북콘서트 후기
1. 한종호 대표님이 "난장"(亂場)이란 표현으로 여셨다. 진짜 그러했다(사족이지만 한종호 대표님이 모 잡지에서 쫓겨나신 것은, 나같은 독자에게 한마디로 "대박"이다!).
2. 이지상 님의 노래는 저번 송강호 북콘서트 이후 두 번째 듣는다. 마지막 곡 "탄탄오와 문정현"은 마음을 소란케, 심장을 요동케 했다. "탄탄오는 밀라이 사람. 슬픔을 슬픔으로 엮는 시인.""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슬픔의 중심만을 걷는 사제." 그리고 후렴구는 이러했다. "평화는 평화 살게 놔두라고. 구럼비 발파가 대추리의 함성으로, 강정의 외침이 용산의 비명으로 하늘까지 닿는 죄악은 만대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네 지울 수 없다네.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
3. 김민웅 교수님은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동화 독법"이란 책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 그의 장기는 이야기를 통해 통념을 걷어내고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었다. 진심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진리에 닿았다. 김인국 신부님은 의리의 남자였다. 그 의리 때문에 신부가 되었고, 그 의리 때문에 용산, 쌍용차, 재능교, 콜트콜택의 노동자들 편에 서서 온갖 권력과 맞섰다. 도법 스님은 그분들 중에 가장 현실적이되 가장 실존적인 희망을 말하였다. 희망이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하기 때문에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 스님의 단문은 언어도단 같으나, 그의 이름처럼 '길 위에서 法을 세우는' 실존적 가르침이었다.
4. 초대 손님이었던 조영남 선생님은 진짜로(!) '부르조아'를 대표하여 나온 듯 하였다. 가치관이 아닌 타고난 'DNA'로 인해 구체적인 삶이 결정된다고 말하였다. 농담같으나 부르조아의 가치관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하여, 나중엔 진심으로 들었다. 덕분에 간혹 크게 웃었으나 산만했고, 오늘 메시지는 그로 인해 상당부분 '물타기' 된 것 같아 유감이다.
5. 초대 손님 홍세화 선생님은 짧지만 매우 깊은 메시지를 던졌다. 종교인들의 만남을 향해, '난 종교를 믿지 않기로 했다'고 일갈했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여러 충격을 받았단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온갖 야만스런 가치관에 경악했고, 그 야만을 제어해야 할 학문과 종교가 되려 그것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에 경악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가치관의 싸움에서 졌다고 했다. 아마 홍세화 선생님은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절망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했다. 지나친 낙관을 버려야 다시 희망할 수 있다고, 전진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아마 그 절망을 직시하며, 그는 '진보신당'의 대표까지 맡았을 것이다. 오늘 그에게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5. 주진우 기자가 깜짝 등장하였다. 아마 잡설이 초점을 잃어갈 때, 갑자기 등장하여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숱한 '팬심'들이 환호했다. 도대체 우리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것을 묻는 그의 눈빛은 매서웠다.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주진우 기자가 진행하면 어떠했을까 하는 점이다. 김민웅 교수님이 진행했으나, 오늘만큼은 메신저로서의 역할이 더 적합해 보였다. 그리고 말미에 주진우 기자와 김민웅 교수님 사이에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두 분의 스타일이 너무 다른 까닭이다.
6.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민웅 교수님은 오병이어 사건을 말하였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 있는 무리들에게 떡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는 참혹한 현실이지만, 하나님은 거기에서부터 기적을 시작하셨다는 것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존재를 직시하되,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내어놓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적 메시지를 청중들이 어찌 이해했을지 걱정했으나, 그 초점이 기적이 아니라 한줌 우리의 희망에 맞춰져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7. 예상보다 늦게 끝나서 김민웅/도법/김인국 님들의 사인을 받지 못한 것이 애석하다. 아쉬운 마음에 "잡설" 서평이라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8. 페이스북에 올린 단문들.
_김민웅, 김인국, "우린 종교인으로 만난 것이 아니다. 우린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다."
_초대 손님 조영남, "김어준도 만나고 감옥 간 정봉주 사진도 걸려있고, 심지어 벙커로 내려가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부르조아인 나를 좌파들이 잡아가는구나 했다." 빵 터짐!ㅋ
_와! 홍세화 선생님 등장!
_김인국 신부님이 홍세화 선생님을 소개하며, "홍세화 선생님은 나의 '도그마적 틀'을 깨뜨린 생각의 근원적 좌표에 대해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의 질문 '생각해봐라. 너의 생각에 대해서.'은 지금도 내게 근원적 물음이다."
_홍세화, "'너의 사는 곳이 네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는 가치관은 야만이고 폭력이다. 이런 야만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학문과 종교이나, 우리나라에서 학문과 종교는 그 가치관을 오히려 지지한다. 우리는 가치관의 싸움에서 졌다."
_"하여 나는 앞으로도 종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홍세화 선생님. 아프다.
_부르조아 조영남 선생님. 암살당하지 않기 위해 질문 기회를 드림. 홍세화 선생님 나이를 확인한 후(동생임을 확인한 후), "왜 나보다 말을 길게 합니까?" 또 빵 터짐.ㅋ
_부르조아 조영남과 좌파 홍세화 사이, 아슬아슬하다.ㅋ
_주진우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음. 아폰 배터리가 없어 여기까지만.
'view_ > 책_'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정보 (0) | 2012.12.10 |
---|---|
수잔 브라이슨,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 (0) | 2012.12.08 |
드디어 '지도'가 생겼다! (양희송, <다시, 프로테스탄트>) (0) | 2012.12.08 |
존 스토트, <나의 사랑하는 책>(IVP, 2012) (0) | 2012.12.02 |
장 지글러,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갈라파고스, 2012) (0) | 2012.11.29 |
「남자의 자리」 첫 번째 읽기 (0) | 2012.11.22 |
지도 두 가지! (<인문 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20세기 사상 지도>) (0) | 2012.11.12 |
"평화" 북콘서트, 페이스북에 올린 단문들 (0) | 2012.11.06 |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3부작 (0) | 2012.11.05 |
공지영 (0) | 201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