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_/책_

드디어 '지도'가 생겼다! (양희송, <다시, 프로테스탄트>)

Soli_ 2012. 12. 8. 22:13

드디어 '지도'가 생겼다!

_양희송, <다시, 프로테스탄트>(복있는사람, 2012)



난 그의 책이 지금껏 왜 하나도 없는지가 늘 궁금했다. 이 책도 사실 '2007년 개신교'를 기점으로 한 전후 패러다임을 논하고 있으므로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과 2012년은 상당히 다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란 시대적 변곡점을 지나면서 개신교는 보수 본색을 더욱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나의 판단에, 개신교엔 근본주의적 보수와 중도적 보수만 

있을 뿐이다. 복음과상황, 뉴스앤조이, 청어람, 성서한국, 기독교청년아카데미, 현대기독교아카데미 등 숱한 진보적 복음주의 단체들이 있으나, 그들의 바운더리는 매우 미비하다. 그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가보면, 참석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다 비슷하다. 지적이며 의분에 찬 제법 견고한 결기를 가졌으나, 그들의 숫적 열세는 자명하다. 문제는 근본주의적 그리스도인에 분노하면서도, 진보적 복음주의자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는 중도적 그리스도인이다. 그들은, 특히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차츰 '가나안' 성도가 되어가고 사회적 '노마드'가 되어간다. 진보적 복음주의자들은 그들을 향한 실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논의가 다소 늦었음을 인정하더라도 여러 장점을 가진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가야할 길의 방향과 동력을 잃은 우리에겐 >이런 '지도'가 절실하다. 개신교의 실패에 대한 분석은 명료하고 적절하여, 반박의 여지가 거의 없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도 마찬가지다. 3부 "전환"에서, '로고스-파토스-에토스'의 본질을 더욱 굳건히 하되, 개신교 생태계의 큰 그림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진보적 복음주의자 그룹뿐만 아니라, 중도적 그리스도인에게도 설득 가능한 지도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책도 참 잘 만들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명징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으로 일관된 호흡을 유지한다. 아마, 이 책은 진보적 복음주의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책들보다 훨씬 많이 팔릴 것이다. 진심으로 그러하기를 바란다. 

아쉬운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 사회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중요한 전제로서 제시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으나 그러하지 않았다. 결국 종교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을 반영하는 것, 혹은 마땅히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신교의 본질은 그 컨텍스트를 향한 예언자적 메시지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둘째, 이 책이 '총론'이라는 점이다. 각론이 아쉽다. 물론 '지도'로서 훌륭하다고 칭찬해놓고 각론이 부족하다고 뭐라 그러는 것도 좀 그렇다. 각론은 독자의 몫이겠지. 그런 면에서, 그가 한국에 돌아와 펼쳐나갈 그 숱한 각론에도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