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문제를 다룬 저자의 전작들을 아우르는 결정판." 출판사 카피가 맞다. 허나 그 담론의 아우라는 첫 번째 책에 미치지 못한다. 후속작으로 갈수록 보다 정교해졌고 풍부한 자료와 사례로 구체화되었으나, 그만큼 독자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아마 이 책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는 단지 판촉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늘 이런 책들의 진정한 가치는 무관심한 대중을 우리의 편으로 만드는 것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 지성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나, 그들은 더디다. 너무 더디다. 그들은 변화되기에 가진 것이 너무나 많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글러의 책을 계속 번역해 왔던 양영란 씨의 글 속에 있다. "지글러는, 이제까지 내가 그의 책을 세 권 번역하는 동안 늘 그래왔듯이, 희망이란 걸 이야기한다... 그는 분노하기 위해 바쁘게 현장을 누비며 발품을 팔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노하라고 말하기 위해 부지런히 책을 낸다. 아니, 분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개개인의 분노가 모여 집단의 분노가 되어도 분노가 분노로만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분노를 야기한 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독서로 인하여 내 사고방식에, 내 생활방식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런 독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결론. (1) 좋은 책이다. (2) 그의 전작들을 읽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3) 그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이 아닌 그의 첫 번째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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