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113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예지는 "새침떼기"란 소리를 제법 듣는다. 한 깔끔하고, 예민할 뿐더러, 작은 날파리에도 소란스럽게 도망치고, 땅에 지렁이, 아니 개미들이라도 볼 때면 큰일 날 것처럼 아빠에게 안기는 아이. 좀더 크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내심 걱정스러웠다. 그런 예지가 외할머니댁에 가 있다. 근처엔 냇가가 있는데, 주말 내내 그곳에서 놀았다고 한다. 처음엔 무서워했지만 곧(!) 적응하여, 온갖 벌레들을 내쫓고, 피라미를 잡고, 심지어 만지면서 귀엽다고 한단다.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놀라운 발전(?)이다. 역시 아이들은 자연을 벗삼아 살 때, 그 태생적 본능으로 돌아가나 보다. 역시, 잘 노는 아이가 최고다!

霓至園_/rainbow_ 2012.08.06

이삭 언니

예지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다. 엄마, 아빠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아이였고, 어딜 가도,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서지 않았다. 그런 예지가 너머서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서가 태어나기 전, 예지가 네살 즈음 너머서교회에 처음 왔을 때, 교회 어른들과 언니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래도 예지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단, 이삭이 언니한테만은 예외였다. 이삭이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좀 남다른 아이였다. 키가 어지간한 어른들보다 컸고, 이삭이의 생각과 마음은 그보다도 더 크고, 넓고, 깊었다. 예지는 이삭이를 너무 잘 따랐고, 그 다음엔 안해용 목사님과 이명희 집사님(사모님)을 따르기 시작했다. 목사님과 집사님은 이삭이의 부모님이자, 예지의 첫 번째 멘토이셨다(그분들도 ..

窓_ 2012.06.09

검사 결과

2012/5/21보듬어 용기를 북돋아주어도 될까 싶은데, 잔뜩 주눅들어 힘겨운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여 모진 소리를, 정색하며 했다.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 그를 다독거리기보단, 되려 한껏 자극하는 편을 선택했다. 예지가 소변에 피가 묻어나온다. 소아과에 물었더니 산부인과로 가라하고, 산부인과에 갔더니 대학병원으로 가란다. 아내가 놀랬다. 아마, 겁많은 여섯 살 아이 예지는 더 무서웠을 것이다. 나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별것 아닐게다, 그럴 가능성이 훨씬 많을거다. 그래도, 놀랜 예지 마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럽다. 예지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내일 휴가를 냈다. 그래서 야근 중이다. 그런데, 잘 안 된다. 목표로 했던 것만큼 마치기 힘들 것 같다. 여행 다녀온 여파이기도 하고,..

霓至園_/rainbow_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