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일 57

잠들기 전

6주차 때,병원에서 현서의 심장 뛰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며, 내 심장도 강렬하게 뛰었다. 잉태된 생명에의 경이는, 오늘 나의 살아있음도 그렇게 확인시켜 준다. 8주차에 접어든다.우리는 날마다(그냥 잠들 때도 있지만^^;) 잠들기 전, 시편을 읽는다. 내가 읽고, 순일과 현서는 듣는다. 그리고 기도한다. 순일은 이 시간이 가장 평안하다고 한다. 기도가 마칠 즈음엔, 순일과 나의 눈에 눈물이 맺힐 때가 많다. 현서의 존재가, 그리고 하나님의 존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실한 사람들에게는 주의 신실하심을 보여 주시고 흠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의 흠 없음을 보여주십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에게는 주의 깨끗하심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나 주님은 못된 사람들에게는 못되게 갚아주시는 분이십니다. 시 18편 25,2..

霓至園_/rainbow_ 2006.03.12

현서炫曙

이름짓기_"현서炫曙" '빛나다, 나타나다'라는 뜻을 가진 현炫자와 '새벽'을 뜻하는 서曙자. 빛나는 새벽. 어둠을 이기는 새벽 같은 존재가 되라는 뜻이다. 새벽은 또한 은혜의 때이다. 기도의 때이며,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때이다. 이스라엘에게 새벽에 내리는 이슬은 곧 생명을 의미했다. 새벽별은 세상에 오실 메시아를 예견하는 소망이었다. 예수께서는 새벽에 기도하셨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을,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시몬에게 베드로라는 이름을, 사울에게 바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우리의 이름은 하나님의 손 바닥에 새겨져있다(사 49:16). 또한 우리에게는 하나님만이 아시는 이름이 약속으로 주어져있다(계 2:17). 우리도 우리에게 허락하신 새로운 생명에게, '현서'라는 태명을..

霓至園_/rainbow_ 2006.03.09

지키시는 하나님

잠자리에 든 순일의 볼을 쓰다듬으며, 문득 그렇게 고백한다.당신을 지키시는 이, 곧 하나님이라고. 때로 순일에 대한 부양의 의무가 마치 나에게 숙명처럼 놓여있는 것처럼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가장이지만, 실직한 형제들을 바라보며그네들의 안쓰러운 좌절들을 바라보며, 나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 순일을 바라보며, 그렇게 기도하고 싶다.당신을 지키시는 이, 곧 하나님이라고.나는 다만 옆에 있을 뿐이라고.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이듯이. 감사.

霓至園_/soon_ 2006.01.18

순일에게 청혼한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순일에게 청혼한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일년간 순일은 진형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내게 순일은 곧 사랑이었으며, 사랑은 순일이었습니다. 순일은 진형의 자부심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소망이었습니다.못난 남편을 최고의 남자로 인정해주는 순일의 마음에 용기를 얻을 때가 많았습니다. 세상과 맞설 때마다 옆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는 순일이 있었기에 움츠려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고백은 평생의 소망입니다." 일년 전에 약속하며 다짐했던 고백들을 들춰보며, 가슴에 심한 자책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해주고 싶었던 것, 보여주고 싶었던 것,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려던 욕심들이 도리어 지금, 오늘의 나를 부끄럽..

霓至園_/soon_ 2005.12.31

부부 십계명

결혼하기 전, 결혼 예비학교를 다녔다. 결혼 예비학교의 마지막 과정은 부부 십계명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부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우리네 평생의 삶 속에 가장 아름답고 귀하게 간직하기 위하여, 우리는 부부 십계명을 만들었다. 십계명은 율법일 수 없다. 그것은 지켜야 하는 법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지키면 상 받고, 못 지키면 벌 받고... 단순히 그런 유치한 수준의 규칙같은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서 십계명을 주셨다. 열가지 계명. 난 그것을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의 비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을 향한 이스라엘의 비전. 그래서 그들은 때로 그것을 못지킬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霓至園_/soon_ 2005.10.24

어제, 오늘, 내일

안면도에서는 미안하고 고마웠단다. 아프고 열이 나 하루종일 무력했던 나를 성실하게 섬겨준 것. 그곳이 간만에 떠난 안면도의 바닷가가 아니었다면 덜 미안했을 텐데. 가장 더웠다던 날에 추워서 벌벌 떠는 나를 위해 땀 흘리며 시장을 보고 옆에서 수건을 얹어주며, 죽을 끓여주고, 시원한 수박 그리고 약을 먹여주어서... 참 고마웠단다. 잘 아프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일 앞에서 한번 앓고 나니깐 거짓말장이가 된 것 같아서도 몸둘바를 몰랐단다. 그렇게 종일 앓고 나서야 자연휴양림이며 꽂지 바닷가를 겨우 몇걸음 걸어본게 이번 여행의 전부였는데, 다만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 밖에 오늘은 내가 해줄게 없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젠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건강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霓至園_/soon_ 2005.07.25

피아노 치는 여자

피아노는 솔직한 악기다. 연주자의 숨결이 묻어나는 정직한 악기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심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요즘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결혼선물로 피아노를 사줬다. 그녀는 나름대로 음악적인 소질이 있는 것도 같다. 어렸을 적 '보통'의 환경속에서 자랐더라면 지금쯤 훨씬 주목받는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며, 또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 적 바램 가운데 하나인, '피아노 치는 여자'가 되어 있을거다.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바이엘 배우기에 한참이다. 더듬 더듬 피아노를 헤아려 갈 때, 그녀는 어린아이가 된다. 수줍게, 때로 들뜬 가슴으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피아노 선생님의 칭찬이 있는 날..

霓至園_/soon_ 2005.07.17

결혼 예비학교를 마치며

"결혼 예비학교를 마치며, 다시 한 번 순일에게 청혼합니다." 올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정동진의 해돋이를 가슴에 가늠하며, 나와 새롭게 시작하자며 속삭였던 청혼의 고백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가정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 처소였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우리 안에 가장 기뻐하실 분이 하나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순일을 사랑할 때 가장 기뻐하실 분이 하나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그분을 향한 예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 진형과 순일이 서로 다르다는 것, 그 본질적인 차이에서부터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언제나 평생을, 당신만을 품으며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 이전에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될..

霓至園_/soon_ 2005.03.22

프로포즈

언젠가 순일에게 옮겨준 시(詩)가 있습니다. 내 가슴에 켜켜 가라앉은 어둠을 밤새도록 어루만지며 차마 말이 되지 못한 채 쌓인 수많은 할 말을 조용히 들어주던 밤 시냇물 부드러운 사랑의 포말도 수억만 개 한꺼번에 모여 천길 벼랑으로 쏟아지는 폭포가 되면 절망의 바위산 쪼개고 소망의 푸른 나무 키워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김연수의 “밤 시냇가에서” 99년 가을에 순일의 수줍은 미소를 처음 보았고, 2001년 순일의 따스한 미소를 경험했으며, 2002년 순일의 사랑스런 미소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2003년 6월, 드디어 순일의 손을 잡았습니다. 2003년 여름, 순일은 나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04년을 넘어 2005년을 바라보는 오늘, 이제 순일은 ‘마침내’ 나의 사람이 됩..

霓至園_/soon_ 2004.12.31

'순일'이라는 이름의 사랑

게리 채프먼은 사랑의 5가지 종류를 말하였고 C.S 루이스는 사랑의 4가지 종류를 말하였지만, 난 거기에다 또 하나의 사랑을 덧붙이고 싶다. …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순일’이라는 이름의 사랑. ‘사랑한다’는 고백 속에 담아야할 것들, 그런 고민들에 행복했단다. 순일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맺힐 때… 난 참 행복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할까?’, 그런 고민도 있었지만 ‘근사한 선물’보다 더 중요한 건, 감히 ‘내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순일을 깊이 깊이 사랑하는 내 마음. 적어도 난 그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앞으로 살면서 때로 작은 선물 하나도 준비하지 못할 가난한 시절들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내 마음은 언제나 순일에게 가장 깊고 진실된 사랑을 고백하리니. 그동안 힘들고 아픈 ..

霓至園_/soon_ 200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