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일 57

딸과의 대화

(예지가 "빨강머리 앤"을 시청다가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예지: '상쾌하다'가 무슨 뜻이에요? 아빠: 기분이 좋은 마음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예를 들면, 즐겁다, 웃기다, 상쾌하다, 음... 또.... 주절주절... (횡설수설 하는 아빠를 지켜보던 엄마가 끼어든다.) 엄마: 뜨거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시원한 바람을 맞는 느낌이란다. 예지: 아하! 아빠: 흥!

霓至園_/soon_ 2013.01.18

집에서 눈사람 만들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엄마 순일'이 눈을 퍼왔다.이 포스팅을 위대한 순일 님께 헌정함. 솔직히... 진짜 퍼올줄 몰랐다.놈들이 신났다. 눈에다 예쁜 물감을 푼다.예서, 좋단다. 드디어, 눈사람 완성!(근데 좀... 무섭구나.) 예서는 눈사람이 무섭다.그래서 같이 기념 촬영하는 것을 망설이는 중. 엄마의 '카카오스토리'용 인증샷. 너도, 공주고나.'공주 예지'와 '바가지 예서'를 닮았다. 너희들, 진짜 엄마 잘 만났다!

霓至園_/rainbow_ 2013.01.02

두부놀이

(엄마 순일)"자 오늘은 두부놀이를 해볼까요? 못쓰는 두부를 모으고 물감을 풀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아요." "먼저 두부를 잘게 썰어 반죽을 한 다음" "두부에 물감을 풀어 예쁜 색깔을 입혀요." 사뭇 진지한 예지 누나를 열심히 따라하는 예서 와. 거의 완성되고 있어요! 예서도요! 예서도 신났어요! "아빠, 맛있겠지요?" "엄마, 아빠, 이제 드세요." "어, 근데 왜 먹는 척만 하세요?" "아. 행복해요!" "아빠, 이것도 드셔요." "예서야, 아빠 또 주세요." "이제. 업떠요."

霓至園_/rainbow_ 2013.01.01

유언장

너머서교회는 해마다 송구영신 모임에 숙제가 있다. 유언장 쓰기와 새해 우리 가족의 말씀 정해가기. 너머서교회를 다닌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송구영신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 하여 유언장도 처음 쓴다. 숙제처럼 시작했으나 사뭇 진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의 가장 속깊은 마음이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거나 소유하며 살지 못했지만,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충분히 누렸습니다. 가장 깊은 헤아림으로 늘 저를 지켜주는 순일, 가장 아름다운 순수를 가진 예지와 예서가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지금 세상을 떠난다면, 무엇을 더 누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거칠고 모진 세상에 그대들 곁에서 조그마한 힘도 보태드리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서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언장을 쓰면..

霓至園_/soon_ 2012.12.31

데이트

결혼하고 예지 낳은 이후, 아내 순일과 단 둘이 보낸 시간은 아마 처음인 듯. 잠시도 아이 봐줄 가족이 없는 까닭에, 늘 아내는 아이와 그 존재를 나누며 살았다. 아이들 자는 시간에도 숨 죽이며 살았고, 내가 아이들 봐주는 기껏 한나절 외출한 밖에서도 아이들 신경 쓰느라 전전긍긍했던 아내에게 어제와 오늘은 참 귀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 봐준 분들이 이명희 집사님과 안해용 목사님, 그리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삭 언니(& 누나)네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분들. 우리보다, 우리 아이들을 더 귀하게 맡아주실 분들인 까닭이다. 순일과 나만 있는 공간과 시간은 더없이 사치스러웠다. 무엇을 더 가져서가 아니라,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순일과 많은 이야기를..

霓至園_/rainbow_ 2012.12.29

순일의 마음

백수되면 내 사치품들을 내다 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가난하게 살아야 할테니까. 모짜르트와 베토벤, DG111 전집도, 박스채 놓인 책들도, 아이패드도, 카메라며 렌즈도... 그런데 아내가 며칠 전부터 무언가 만든다. 형체를 그리고 짓는 사이, 어느새 나의 닉네임도 그 위에 반듯하게 새겨져 있다. 그래, 카메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겠다. 아내 순일의 마음, 그 깊이와 넓이는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다.

霓至園_/soon_ 2012.11.22

아내의 휴가

오늘은 아내의 휴가다. 내가 예서를 보고 조금 있다가 예지를 데리러 가야 한다. 일주일 휴가였는데, 아내는 기껏 오늘 하루 휴식을 가질 뿐이다. 가진 책들을 팔아 오늘 쓸 아내의 하루 용돈을 마련했다.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라고 문자 보냈는데, 만날 사람이 없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 지난 6년동안 아이들 키우고 나니, 편히 만날 친구 찾기도 쉽지 않다. 아내와의 우정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霓至園_/soon_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