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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그분의 거침없는 사랑 (도널드 맥컬로우, <거침없는 은혜>)

Soli_ 2008. 8. 18. 23:22

대학가(2008년 9월호)_책 읽어주는 남자



은혜, 그분의 거침없는 사랑

거침없는 은혜(도널드 맥컬로우윤종석2008)




하나님의 사랑은 거침이 없다. 우리의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뿐만 아니라 합당하고 온전해 보이는 사고, 가치관, 세계관 역시도 어김없이 극복해낸다. 그분의 사랑은 우리의 이해에 저지당하실 수 없고, 죄에 막히실 수 없고, 죽음에 꺽이실 수 없고, 정의의 원칙에 제약받으실 수 없고, 심지어 신의 테두리 안에 갇히실 수(41-42페이지) 없다. 그렇게 그분은 모든 것을 극복해내시고 마침내 우리에게 오셨고, 우리는 그런 그분의 사랑을 은혜로 고백한다. 


하나님의 비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의 실존 속으로 끝까지 가셨다.”(61페이지)

이 성육신은 하나님과 인류 사이의 화해의 첫 움직임이자 소위 위대한 전복의 첫 국면이었다.”(57페이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한 그분의 행보는, 때로 불편하기까지 하다. 제멋대로 집을 뛰쳐나가 허랑방탕하게 살다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동생도 그렇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그런 아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품에 안은 아버지가 더 납득하기 힘들었던 탕자의 형처럼, 우리도 그 불편함을 가슴 속에 가지고 있다. 또한 내 스스로를 끊임없이 어떤 존재로 규정지어야 하며 그에 따른 합당한 보응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는 낯설다. 

맥컬로우에 의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어떠한 분인지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가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한다 여기는 그 순간, 하나님의 존재는, 그 이해 정도를 초월하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은혜가 넘치지만, 정작 하나님은 잘 보이지 아니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며, 그 지식은 우리에게 지극히 낮아지는 겸손을 요구한다.


처음 맥컬로우를 만난 것은 가장 굳건한 확신으로 임해야 할 신학을 공부하던 시절, 되려 온갖 상심과 극심한 회의에 허덕일 때 접한 『하찮아진 하나님』(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었고 최근에 그루터기에서 『내가 만든 하나님』이란 제목으로 다시 번역되었다)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사역의 현장에서, 혹은 나의 삶의 정황에서 굳건한 확신으로 기대했던 바들이 하나 둘씩 무너져 내릴 때 맥컬로우의 책을 통해 발견한 것은, 불의해 보이던 당시의 상황이, 혹은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하나님에 대한 허상,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했다. 

이번에 출간된 『거침없는 은혜』 역시 동일한 출발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맥컬로우의 통렬하면서도 감각적인 언어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슴을 불편하게 혹은 아프게 만들기도 하고, 하나님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속에 만나는 눈부신 희열을 선사한다. 


하루는 귀한 일생이다”. 우찌무라 간조의 『일일일생』(홍성사, 2004), 첫 머리에 나온 글귀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는, 내 평생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찰나일 수 있다. 그래서 단 한 순간도 허비할 수 없다. 하나님의 거침없는 은혜, 오늘의 나를 그렇게 도전하고 격려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도널드 맥컬로우 저, 최규택 역, 『내가 만든 하나님』(그루터기, 2007)

도널드 맥컬로우 저, 윤종석 역, 『모자람의 위안』(IVP,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