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3

소망, 그 아름다운 힘 (최민식 외, <소망, 그 아름다운 힘>)

대학가(2008년 6월호)_책 읽어주는 남자 소망, 그 아름다운 힘 최민식, 하성란 지음│샘터│2006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유품, 1976년생 기계식 완전수동 카메라 Pentax MX는, 오늘의 내가 가진 정서, 그리고 세상을 향한 시선과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 어린 시절, 그리고 청소년 시절의 가난함과 지난함을, 그래도 나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내게 남겨주신 아버지의 유품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MX를 유실한 뒤 한동안 극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고,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겨울방학 때 시작했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통해 맨 처음 구입한 사치품 역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중고 MX이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리얼리티는 치열하였으나 감당할만한 것..

기고_/대학가_ 2008.05.08

슬픔의 사람이 말하는 그리움, 사랑, 꿈 이야기 (서준식, <서준식 옥중서한>)

대학가(2008년 5월호)_책 읽어주는 남자 슬픔의 사람이 말하는 그리움, 사랑, 꿈 이야기 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 (노사과연, 2008) 몇 번씩이나 호흡을 멈추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거친 분노, 그러나 그마저도 품고 보듬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나의 일상적 게으름 내지는 관성과 타성에 젖어가던 무미건조한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하고 너무 아파 주저앉을 즈음이면 다시 아득한 위로를 주는 책들이 있다. 내게 있어, 서준식의 책이 그러하다. 닫힌 공간은 존재로 하여금 짙은 외로움에 깊은 좌절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단절의 고통은 존재로 하여금 또 다른 존재와 세상을 향한 분노와 적개심을 갖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존재들은 닫힌 공간에서 되려, 더 ‘착한 존재’가 되어 타인과 세상을..

기고_/대학가_ 2008.04.14

생존을 모색하기, 희망을 모색하기 (지승호,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대학가(2008년 4월호)_책 읽어주는 남자 생존을 모색하기, 희망을 모색하기 -그리고 ‘희진’에게- 김진형 간사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 오늘의 현실 속에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온갖 불의와 슬픔, 아픔에 대하여 정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깊은 고통을 감당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절망을 마주하는 정직한 시선 속에 우리의 희망은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미래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되는 이 명제 앞에, 가슴이 멈추었단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그들에게서 시대의 소명을 받는 일. 그것은 힘들지만, 우리가 붙잡아야 할 희망이고 가야 할 길이라고, 난 그것을 읽었단다(지승호,『..

기고_/대학가_ 2008.03.10

이제 우리 '그 길'의 사람이 되자 (유진 피터슨 & 김기석)

대학가(2008년 3월호)_책 읽는 남자 이제 우리 ‘그 길’의 사람이 되자 • (유진 피터슨/IVP), (김기석/청림) 김진형 간사 다시 한 번, ‘길’을 이야기하자. 우리는 때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질문을 던지고 온갖 고민들을 하지만, 정작 성경은 우리가 걷는 그 길 자체가 예수님이라고 말씀한다(요14:16). 우리가 걷는 길 위에 펼쳐져 있는 모든 가능성이 곧 그분이 주신 부르심일 수 있다. 다만 그 길을 걷는 우리의 목적과 자세와 방식은 철저하게 그분을 닮아있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예수께서는 “그 길을 걸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그치지 않으시고, 당신께서 직접 그 길을 걸어가심으로 몸소 본을 보이셨다. 그리고 좀더 잠잠히 돌이켜보면, 그 길을 걸어간 또 다른 ‘증인들’을 만날 수 있..

기고_/대학가_ 2008.02.20

함께 존재하는 은혜, 공동체 (장 바니에, <희망의 사람들>)

대학가(2006년 10월호), “따뜻한 공동체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함께 존재하는 은혜, 공동체 •희망의 사람들 라르슈/ 장 바니에 지음/ 홍성사 펴냄 김진형 간사 “우리가 부름 받은 그 길은, 숨겨진 우리의 가난함과 상처와 연약함을 발견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한계와 어두운 부분들과 근본적인 궁핍함을 보게 합니다”(26쪽). 또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에게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그분이 숨어 계신 연약한 자와 가난한 자 사이로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다”(30쪽). 라르슈 공동체를 설립한 장 바니에 신부의 고백이다. 정신지체 장애인 공동체 라르슈(L’Arche)는 프랑스의 트로즐리 브뢰이에서 1964년에 설립되어 현재 28개국에 103개 공동체로 확산되..

기고_/대학가_ 2006.09.29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흥용, <호두나무 왼쪽 길로>)

대학가(2006년 9월호),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1-5권)/ 박흥용 지음/ 황매 펴냄 김진형 간사 누구에게나 ‘길’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미지의 영역 속에 숨겨진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길 위에 펼쳐질 곤하고 고독한 여정일지라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에 대한 감동을 고백하는 이는 대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작가 박흥용이 그런 사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복’도 박흥용을 닮아있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와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의 부재 속에 홀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성장한 청년 상복은,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평생 규정지을 것만 같았던 마을 언저..

기고_/대학가_ 2006.08.15

오늘 이곳에서 살아내야 할 진리, 그것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IVP 북뉴스 2006년 7-8월호)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IVP 북뉴스에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북뉴스는 사실 정체성이 모호했다. 자사 책을 소개하는 안내지이면서도 서평지의 역할을 일부 갖고 있었고, 나는 IVP 책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출판사 책을 일부 포함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썼다. 아무래도 IVP 책의 비중을 신경 쓸 수 밖에 없었고, 이 글 이후 연재를 그만 두었다(이후로 두 번 더 썼으나 IVP 30주년을 정리하는 글이었으므로, 원래 연재와는 다른 글로 생각했다. 연재를 그만 둔 이유는, IVP 북뉴스라는 매체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아무튼, 난 이 글을 연재의 결론으로 썼다. 그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본다. 글의 요지는, 신학을 그만 두고 문서사역을 선택한 나의 '변'이었다. 나에게 그토록 신학자의 길, 목회자의..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대학가 책 소개, “녹음의 안식”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공지영 저/김영사 간) 김진형 간사 그녀에게 있어, 남아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신의 영혼이 가진 오래된 갈망, 푸르른 안식을 찾아 떠나는 일이었다. 18년 동안 유물론자로 세상과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왔고, 허기진 갈망을 냉소적인 언어로 풀어내었던 그녀. 몹시 피곤하여 지친, 회색 도시의 일상에서 그녀는 가끔씩 죽음에의 충동을 가졌다고 한다. 지옥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고 한다. 80년대의 암울한 상처들은 그녀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문학적 모티브가 되었고, 또 그로 인해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의식 있는 소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그녀의 가슴은 너무나 지쳐있었고 공허했다. ..

기고_/대학가_ 2006.06.06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김형수, <문익환 평전> 외)

대학가(2006년 5-6월호), “시간 많은 봄날, 도전해보고 싶은 책”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문익환 전집(12권)』(문익환 저/사계절 간)『문익환 평전』(김형수 저/실천문학사 간) 김진형 간사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봄날, 우리의 젊음은 무언가에 쏟아 부을 만한 가치를 필요로 한다. 젊음의 열정은 봄날의 감성 속에 그 무엇인가를 깊이 갈망한다. 그 갈망은 인생의 유희를 넘어 시대의 고민 속에,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 속에 갈 바를 찾아낸다. 내가 그랬다. 갈 길 잃은 젊음의 치기 어린 열정에 몸부림치던 94년 봄날, 지금은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문익환의 옥중서간집 『목메는 강산 가슴에 곱게 수놓으며』(사계절)를 읽던 감동은 아직도 선연히 남아있다. 그 뒤 『히브리 민중사』, 『꿈이 오는 새벽녘』..

기고_/대학가_ 2006.04.14

결혼은 본향을 향한 가장 깊은 갈망의 자리입니다(IVP 북뉴스 2006년 5-6월호)

IVP 북뉴스에 썼던 '사심' 가득한 글입니다. 결혼한 이듬해, 첫 아이를 유산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원고 마감을 하루 넘겨 단숨에 썼던 글입니다. 아직도 가끔 우리의 첫 아이 "현서"를 기억합니다. 특히 예지와 예서가 너무 사랑스러울 때, 그 아이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날 날이 있겠지요. 그때가 속히 왔으면, 특히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2013/01/12 IVP 북뉴스(2006년 5-6월호)_booker의 책 읽기 결혼은 본향을 향한 가장 깊은 갈망의 자리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순일에게 결혼, 언약 그리고 완전한 연합에의 갈망: 폴 투르니에에서 리사 맥민까지 남용되지 않는 참된 비밀의 가치는, 친밀하고 깊은 하나됨의 은혜로 누리는 기쁨입니다. 당신과 나,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