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대학가_

생존을 모색하기, 희망을 모색하기 (지승호,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Soli_ 2008. 3. 10. 23:31

대학가(2008년 4월호)_책 읽어주는 남자



생존을 모색하기, 희망을 모색하기

-그리고 희진에게-


김진형 간사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 오늘의 현실 속에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온갖 불의와 슬픔, 아픔에 대하여 정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깊은 고통을 감당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절망을 마주하는 정직한 시선 속에 우리의 희망은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미래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되는 이 명제 앞에, 가슴이 멈추었단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그들에게서 시대의 소명을 받는 일. 그것은 힘들지만, 우리가 붙잡아야 할 희망이고 가야 할 길이라고, 난 그것을 읽었단다(지승호,『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255-257페이지 참조). 

생존을 위한 모색. 내가 마주하는 구조적 모순 속에 좌절되는 지고 지순한 가치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나의 좌절과 절망을 견디며, 난 이제 생존 그 자체를 모색하기 시작했단다. 자본주의적 논리를 거슬러 이루고자 했던 가슴 속 깊은 열망, 하나님 나라에의 꿈. 이제는 그것을 가슴에 묻어두고, 좀더 좋은 조건과 환경을 찾아, 좀더 편하고 확실한 대가가 보장되는 곳을 찾아가려 하고 있단다(우석훈은 새만금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죽는 것들의 치명적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는데, 난 되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그렇게 천천히 죽어가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단다. 지승호, 232페이지 참조). 

그런데 지난 며칠, 희진을 만나, 희진의 꿈을 들으며 가슴이 또 그렇게 아프기 시작했단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기 보다는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선 너의 이야기,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공부방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그래서 사교육 시장 구조에 도전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야무진 너의 꿈을 들으며, 난 참 많이 부끄러웠단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며 시작했던 충고들과 인생 선배로서 건넨 나의 이야기들이 유난히 장황했던 것은, 다름 아닌 부끄러움 때문이었단다. 

힘들거다. 이미 충분히 얘기한 대로, 자본주의적 시장 구조 속에 잠재된 폭력과 맞선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우석훈, 88만원 세대』, 79-86페이지 참조). 우리에게 많은 기대감을 가지신 부모님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으며, 장래의 내 가족들마저도 주리게 만들 수 있다. 타협에의 유혹은, 생각보다 치열하고 끈질기며 강력하다. 또한 처음의 마음을 간직하는 것 역시 참 힘겨운 것이다. 날마다 싸우지 않으면, 그 처음 마음은 조금씩 지쳐갈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난, 진리를 믿듯이, 희망을 믿듯이, 희진이를 믿고 싶구나. 난 그렇게 수없이 좌절하고 타협했지만, 그래도 너를 믿고 싶구나. 그것이 오늘, 생존을 모색하는 오늘 하루의 처연한 기쁨이 된단다. 이제 난 어찌해야 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자네와 같은 벗이 내게 있다는 것이 오늘 나에게 위로가 된다. 


마침내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가 모든 곳에서 아버지 뜻에 맞춰 놀이하시는 것을.”

(유진 피터슨, 『현실, 하나님의 세계』에 인용된 홉킨스의 詩 중에서)


Ps. 그리고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 희진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단다.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지승호, 우석훈시대의창)

88만원 세대』(우석훈레디앙)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이상과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