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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이 있다> 북콘서트 후기_

Soli_ 2013. 11. 23. 16:02

김두식 교수님 <다른 길이 있다> 북콘서트 후기_

2013년 11월 15일 벙커1_





1. '가고 싶다'에서 '가야겠다'로 바뀐 건 사회자가 변영주였기 때문이었고 과연 그 선택은 옳았다.


2. 고경태의 열렬한 팬인데, 직접 뵐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하고 싶으나, 뚝심으로 돌진하던 논지, 세련된 품위, 위트와 재치로 그득한 텍스트 이미지는 와르르 무너졌으니, 이를 어쩌나!(물론 그래도 좋았다는 얘기...^^) 

3. "소심"의 사전적 의미는 '대담하지 못한 조심스러움'이다. 이는 그 말이 쓰이는 맥락에서 유추한 해석일 것이다. 고경태는 이 책의 발문 제목을 "소심을 돌파하는 결심"이라 하였다. 김두식의 소심 안엔 '단단한 확신'이 있다고 단언한다. 인터뷰이에 대한 '지나친' 배려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정혜신이 '환자는 결국 옳다'라고 말하듯, 김두식은 인터뷰이를 향하여 최선의 진심으로 다가섰다. 어떤 독자들은 그것이 불만이겠으나, 그는 흔들리지 않고 그 마음을 지켜냈다. 김두식의 마음(心)은 결코 작지(小) 않다. 하여, 그가 소심하다는 지적, 또는 소심의 사전적 정의는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4. 김두식은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은 결핍을 극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정혜신은 엄마의 부재를 앓았으나 '와락'에선 '엄마' 소리를 듣는다. 박경신은 누이의 죽음이 지금도 너무 아파 숨죽여 통곡하지만, '누나를 잃은 상처가 남긴 문제를 피하지 않는 용기'로 저항의 동력을 삼는다. 윤태호는 '대학 다니는 아이들'에서 제외된 '악다구니'로 기어코 만화가가 되었다. 결핍은 어떤 이들에게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어떤 교사가 질문을 했다. 그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결핍이 그들의 삶을 구속하고 있다고. 매 맞는 엄마의 아이는 남친에게 다시 숱한 폭력을 침묵으로 견디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타고난 결핍을 평생 앓는다. 

김두식은 잠시 난처했다. 답변을 시도하다 결국 들어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대답이 쓸쓸했다. 변영주가 거들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고. 역시, 쓸쓸했으나 명쾌했다. 결국 인생은 그러하다. 김두식의 '30분 강의' 결론 중 하나처럼, 인생은 결국 운이다. 지극한 겸손이 불가피한 세상이다. 


※'인생은 운이다'에 대한 첨언

(신호승 선생님께 드린 덧글.) 


"책은, 서른 명의 인터뷰이들은 단단합니다. 다만, 그들의 단단함에도 불구하고 유동하는 현대인들의 숱한 실존들은 외롭고 고단하지요. '운명처럼 주어진 결핍'의 이중성이 그러할 것입니다. 김두식 교수는 '인생은 운이다'라고 다소 도발적 화두를 던졌는데요. 그것은 승자독식사회에 던지는 도전이었고, 타자에 대한 돌봄의 촉구였으며, 패자들에게 그러니 자학하지 말라는 위로로 들렸습니다. '다른 길'은 그 모순들에 침탈당하지 않은 어떤 결기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5. 변영주는 '또다른 결핍'을 이야기했다. 타고난 결핍이 아닌, 나의 꿈을 선택하고 걸어가기 위한 '후천성 결핍'이다. 기꺼이 각오하는 결핍인 것이다. 그는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잘 사는 것을 포기하고 가난의 여러 지표들을 상상했고, 그것이 하나둘씩 실현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결핍의 확인은, 그 스스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유효했다. 

6. 김두식은 마지막으로, '고3'이란 고비를 힘겹게 지나는 딸에게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하고 싶단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고. 어디, '고3'뿐이겠는가.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김두식은 서른 명의 인터뷰이를 앞세워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경태의 충고처럼, 결심의 타이밍을 찾을 수 있을진 두고 봐야겠다.

7. 사인을 받고 싶었으나, 어설프게 아는 분들껜 더 그러지 못한다. 부끄럽다.

8. 그럼에도, 오늘 나는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