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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핸서웨이의 재발견

Soli_ 2013. 1. 11. 07:21

2012년 개봉한 영화 <레 미제라블> '판틴' 역의 앤 핸서웨이.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배트밴 시리즈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를 통해서였다. 난데없이 등장한 '셀리나 카일' 역의 그녀에 대해선 섹시한 몸매와 화려한 액션 정도만 기억에 남았고, 기껏 그녀 정도에 사랑을 잃은 트라우마를 너무 쉽게 잊어가는 배트맨의 순정에 실망했을 정도였다(맥락과 상관없는 사족이지만, 배트맨의 첫사랑 '레이첼 도스' 역이 <배트맨 비긴즈>의 케이티 홈즈에서 <다크 나이트>에선 메기 질렌할로 교체된 건 실로 유감이다!). 애초 배트맨의 첫사랑 '레이첼 도스'의 자리를 앤 헨서웨이가 대신하는 것이 심히 못마땅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는 잊었다



 


<레 미제라블>을 보며, '판틴' 역의 앤 핸서웨이를 처음엔 알아채지 못했다. 낯익은 얼굴, "저 배우는 누구지?" 곰곰히 생각하다가 앤딩 자막이 올라갈 즈음에야 그녀의 이름을 확인했다. 앤 핸서웨이.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한 후에야 그녀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히로인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레 미제라블>의 감상평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걷는 이들을 위한, 장발장의 위로"에서도 썼듯이, 난 영화를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12월 19일에서 시작된 절망과 최근 나의 삶에 자리잡은 깊은 좌절감에 대한 최선의 위로였다. 그러나 딱 하나 영화에 대한 불만이 있었으니 그것은 주연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었다. 특히 가장 기대했던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우!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반대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장발장' 역의 휴 잭맨이었다. 자꾸만 <엑스맨>이 기억나서. 하지만 그는 멋졌다. '장발장' 휴 잭맨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영화를 보았던 그 날 밤, 바로 다운해서 들었던 OST는 그 실망감을 더욱 북돋았다. 그러나 영화 감상 직후, 2010년의 25주년 기념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Live at tne O2)>을 보며, 그 실망감을 극적으로 만회하게 된다. 영화 속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에 뮤지컬 속 노래를 합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아무튼. 


그런 실망감 속에서도, 영화 <레 미제라블>의 앤 핸서웨이는 달랐다. 뮤지컬의 '판틴' 역을 맡았던 이보다 결코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으나, '판틴' 역과 너무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노래로도 연기했다. 두 장면에서 울었는데, '판틴'의 아리아 "I Dreamed A Dream"를 들으면서, 그리고 시위대 속 소년의 죽음 장면에서였다. 소년의 죽음은 내러티브 전개상 예정된 감동 수순이었다면, 판틴의 아리아는 순전히 앤 핸서웨이의 노래 때문에 받은 감동이었다. 그리하여 앤 핸서웨이는 나의 배우가 되었다, 는 해피앤딩의 기록을 블로그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