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 159

보잘것없는 생명이란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아내에게 장미선인장을 선물했다. 그리고 재작년에 목숨을 다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며칠 전, 아내가 베란다 창틀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장미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미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던 자리, 어미에게서 떨궈진 생명이었을 것이다. 일 년을 넘게, 겨우내 겨울바람에 맞서 살아난 생명이다. 아내가 조그마한 찻잔에 거처를 마련하여 계란 껍질로 집을 만들어 옮겨놓았다. 그랬더니 초록빛깔은 더욱 성숙해졌고, 키도 조금 더 자랐다. 보잘것없는 생명이란 없는 것이다. 절망의 늪에서조차 내 시간의 가지마다 새순 틔워내는 그대 나의 사랑아 김연수의 시,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중에서.

霓至園_/soon_ 2013.03.18

오늘은 너희들에게 문경화의 시를 읽어 주고 싶다

봄이 왔다고 하여 산책을 갔는데, 아, 너무 추웠어요.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봐 다시 집에 가자 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로 인해 이미 봄이네요. 예지는 포즈라도 잡아주지만, 예서는 넓은 광장을 보자마자 뛰기 시작합니다.얼마나 저리 뛰고 싶었을까요. 경계 속에 갇혀 사느라 그간 답답했던 거지요. 아이들은 흙땅이 너무 좋습니다. 이미 겨울을 깨치고 싹을 돋아내는 생명들이 있으니까요. 언제부터 흙땅을 밟는 것이 이리 귀한 일이 되었을까요. 저 안에 숲의 요정이 살고있다 하니까, 저리 열심히 찾습니다.(^^) 오늘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어. 문경화 시인의 "북한산"이란 시란다. 숲 속 나무들의 간격은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숲을 채운 여백 사이로바람은 소리를 만들고, 향기를 만들고 사랑..

霓至園_/rainbow_ 2013.03.03

예지원, 오늘은 미용실

오늘 예지원은 미용실입니다.수석 헤어 디자이너는 엄마 순일, 첫 번째 손님은 예지입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군요. 흐흐. 오늘 미션은 앞머리 커트.근데, 가위가 좀 무시무시합니다. 헉...! 예지... 살았습니다. 엄마 순일에게 미용 가위 하나 사다 드려야겠어요. 자, 끝났습니다! 어때요? 예지도 마음에 든답니다.^^ 예지원의 두 번째 손님은 라푼젤입니다.라푼젤은 머리를 자르면 안되는고로 파머만 합니다. 예지원의 두 번째 헤어 디자이너 김예지 양입니다. (라푼젤도 예쁘지만, 아빤 예지가 더 예쁘다. 흐흐.) 예지원의 세 번째 손님은 천사 미미입니다. 미미의 헤어 스타일은 손질하기가 좀 난감합니다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김예지 디자이너. 다음 손님은 아빠라고 해서요. 나가자고 했습니다. 지금, 우린 놀..

霓至園_/rainbow_ 2013.03.02

잠든 예서 깨우기 비법

저녁 먹을 시간인데, 잠시 방심한 사이 그만 예서가 잠들었습니다. 큰일입니다. 지금 자면 일찍 못자고, 일찍 못자면 우리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라고 얘기해도 소용 없습니다. 하여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습니다. 예지가 발명한 "화들짝봉". 주로 아빠가 잠들었을 때, 깨우는 봉이죠. 보기보다 무지 시끄럽습니다. 자... 심호흡 한번 하고(예서가 화낼지도 모르니까) 예지가 화들짝봉을 힘차게 흔듭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패! 지켜보던 엄마가 슬며시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예서 귀에 속삭입니다. "예서야... 아이(스크림) 먹자." 그랬더니 꿈쩍도 안하던 예서가 번쩍 눈을 뜹니다.그러더니 아이를 맛나게 먹습니다. 멋진 놈... 졌다.

霓至園_/rainbow_ 2013.02.26

동네 산책

흐릿한 비가 뿌리고 간 오후, 아이들과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문득, 윤종신의 "동네 한바퀴"란 노래가 생각나네요. 계절은 또 이렇게 너를 데려와 어느새 난 그 때 그 길을 걷다가 내 발걸음에 리듬이 실리고 너의 목소리 들려 추억 속에 멜로디 저 하늘위로 아이들이 커서도 오늘 우리가 살았던 동네의 흔적들을, 겨우내 내린 눈길이 살며시 비켜간 자리에 드러난 저 맨땅의 모습을, 저 위를 살포시 걷는 우리 걸음들의 느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늘의 일상이, 먼 훗날 아이들의 추억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육교 위에서 달리는 자동차, 버스 구경하기 달리는 예서 슬쩍 동네 도서관에도 가보고 패션을 아는 아이, 예지

霓至園_/rainbow_ 2013.02.26

요정 '별'과 천사 '미미'

엄마 순일이 만든 요정 '별'과 천사 '미미'를 소개합니다. 예지와 예서를 지키는 아이들이죠. 요정 '별'은 예서를 지키는 벗입니다. 근데 조만간 엄마 순일이 '별'의 날개도 날아주려 합니다. 예서가 왜 날개는 없냐고 해서요. 좋답니다, 예서. 천사 '미미'의 이름은 예지가 지어주었습니다. 실은 '미미'는 꽤 오래 전에 만든 것인데, 이번에 '별'의 프로필 사진 찍는 김에. 아빤, '미미' 천사보다 예지 천사가 더 예쁘다. 흐흐.

霓至園_/rainbow_ 201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