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약속, 그리고 홀로 남은 시간

Soli_ 2012. 11. 13. 01:08

오늘 약속이 여럿 잡혀 있었다. 오래 전 잡은 약속. 그리고 지난 주일에 잡힌 약속 하나 더. 오래 전 잡은 약속을 깜빡하고 잡은 두 번째 약속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취소했다. 그 와중에 출근 길에 만나자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사정을 말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오래 전 잡은 약속은, 약속했던 그이가 깜빡했던 것 같다. 그도 다른 약속을 오늘 잡았던 것이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

다. 

그렇게 홀로 남은 점심 시간, 바람을 따라 홍대 거리를 거닐었다. "어반 자카파"의 노래를 들었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았다. 외진 골목에 그려 넣은 벽화 하나, 저 마음 씀씀이가 쓸쓸했다. 놀이터에서 아이 하나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인다. 그를 우두커니 지켜보던 거리의 화가가 아이를 하얀 도화지에 옮긴다. 그 옆엔 가난한 연인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풍경들 참 많이 정들었다. 사람 마음은 늘 그 중심에 자기가 있지만, 저 풍경들은 늘 그 중심에 타자가 있다. 사람들은 늘 말하려고만 하는데, 저 풍경들은 마냥 저 많은 목소리를 헤아리며 듣고만 있다.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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