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11번째로 기고한 글이며(오름), "'우정파괴' 광고 튀튼 패러디 광고에 박수를"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맙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 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아브라카타브라
기적은 반드시 일어나
합격불변의 법칙 메가스터디
얼마 전, 시내버스 등에 게시된 사교육 입시 학원인 "메가스터디"의 광고가 이슈가 되었다. SNS에서는 이를 "우정 파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비난했고 한겨레 등을 비롯한 언론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 광고에 의하면 친구는 우정의 대상이 아니며, 우정은 그저 허울 좋은 명분일 뿐, 내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다. 기적은 오직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도 좋은 대학이어야 한다. 이 광고에 대한 비난은 거셌지만, 이 업체는 그떡도 하지 않았다. "메가스터디"가 개최한 입시 설명회는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2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이 광고를 패러디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아이들에게 우정을 되돌려주고픈 어른들의 마음을 담아 패러디 광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입시의 고통 속에서도 친구와의 우정을 잊지 말라는 것, '어쩔 수 없는 명분'인 성적은 결코 우리의 행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성적이라는 어쩔 수 없는 명분으로
학원가를 해매는
시간이 많아질거야
그럴 때마다
너의 우정은
하루 하루 서랍 속에서 흐려지겠지
근데 어쩌지?
우정 없이 최고가 된들
성적이 너의 우정을 대신해주지는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마
어른들은 너의 우정을 만들어주지 않아
아브라카타브라
기적은 반드시 일어나
나는 너의 우정을 믿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메가스터디"에 좌절했던 나의 가슴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큰 위로를 받는다. 얼마 전 다시 읽은 김예슬의 작은책 <김예슬 선언_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 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나를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11면)
김예슬 씨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명문대학에 들어갔지만 그곳에서 다시 좌절하였다고 했다. 대학에서도 자격증이란 관문을, 취업이란 관문을 향해 달려야하고, 다시, 또다시 무수한 친구들을 제쳐야 한다는 현실을 슬퍼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대학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아니 거부하는 것이었다.
나는 '김예슬 선언'이 꼭 대학을 그만두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대학 안에서도, 변질된 대학의 가치를 거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길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처럼, '살아있는 것은 저항하는 것'이므로, 헛된 가치와 욕망에 저항하며 길을 찾길 바란다. 김예슬은 부모들에게도 이렇게 요청한다.
제발 자녀를 자유롭게 놓아 주십시오. 당신의 몸을 빌어 왔지만 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신성하고 고유한 존재이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 '좋은 부모'가 되려하지 말고 당신의 '좋은 삶'을 사십시오.(100면)
나의 아이들은 일곱 살, 네 살이다. 내년이면 첫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이사갈 동네도 알아본다. 가급적 좋은 초등학교가 있는 곳 말이다. 인근의 '혁신학교'도 마음에 두었으나 곧 포기했다. 혁신학교가 있는 동네는, 한적한 시골 같은데도 집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도저히 우리 형편으론 전세집도 구하기도 힘든 까닭이다. 혁신학교를 보내지 않고, 학업열 충만한 부모들 틈에서 나의 아이들을 어찌 키울지 걱정스런 요즘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비교육적 입시 사교육 부담의 근본 원인을 제거함으로 행복한 교육을 만들고자, 국민들 스스로 전개하는 자발적 대중 운동'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을 감시, 비판하고 국민 참여를 도모하여 대안 정책을 수립, 제안하는 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정말이지, 사교육 없는 세상에서 살고프다. 성적 따위가 아닌 진정한 행복을 선택하며 사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막내의 첫 번째 생일에 썼던 그 편지의 기대와 약속들이 건재했으면 좋겠다. 하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건투를 빈다!
“무지개 아이” 예서에게
무지개 ‘예霓’, 글 ‘서書’. ‘예서’라 부른다. 아주 오랜 옛날, 하나님은 타락한 세상을 물로 벌하신 후, 노아와 무지개 언약을 새롭게 맺으셨단다. 모든 불신앙과 절망, 공포, 죄악을 이겨내고 다시금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이들에게 은혜를 허락하셨단다. 하나님은 늘 그러하시다. 늘 먼저 찾으셨지만 되려 버림 받으셨고, 외면 받으시면서도 끝내 그분의 사랑은 우리를 품고야 만다. “무지개”(霓)는 홍수 심판 이후 주셨던 언약의 징표였단다. 그리고 모든 언약을 담아 기록된 “말씀”(書)을 주셨단다. 인생에 비바람이 몰아치거든 하늘을 묵상하렴. ‘무지개’를 주실 것이다. 혹시 스스로에게 좌절하거나 세상에서 실패하거든, 온갖 힘겨움과 슬픔을 마주치게 된다면 ‘말씀’을 묵상하렴. 예서를 향한 하나님의 꿈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린 그분의 꿈이다. 예서는 우리의 두 번째 꿈이란다.
예서의 첫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열이 40도를 넘나들고 온 몸은 붉은 발진으로 물들었단다.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해 있으면서, 부모로서 우린 참으로 무력했단다. 사실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도 무력하긴 마찬가지였단다. 우린 이런 무력감을 견디면서, 새삼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아 갔단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던 그 순간, 예서가 결코 우리의 소유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아바 아버지’ 하나님께서 예서를 인도해주실 것이다. 아픈 예서를 돌보면서, 우린 그 믿음을 배워간다.
예서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기도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비틀거리며 걷다 넘어져도 곧 웃으며 일어서는 예서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라지만, 공부 좀 못해도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공부를 잘하진 않더라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노래를 못해도 노래하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잘생기지 않아 인기가 좀 없더라도, 곁에 있는 숱한 친구들을 헤아리는 넓은 가슴의 남자로 자랐으면 좋겠다. 가난한 부모를 부끄러워하기보단, 불의한 부모, 자기 밖에 모르는 부모, 아무런 꿈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부모, 세상의 가치와 성공에 집착하는 부모에게 ‘맞서기’ 바란다. 혹시나 우리가 그러하거든 말이다. 성적이나 외모, 남들보다 더 가진 ‘어떤 것’ 따위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단단하고 풍요로운 평화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낯가림 심한 우리와 달리 예서는 너무 잘 웃고 누구에게나 잘 안긴다. 그런 예서를 통해, 우리도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 힘들 때 먼저 그들에게 안길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단다. 우리도 예서처럼 사랑했으면 좋겠다. 예서를 우리가 돌본다고 착각할 때가 많은데, 사실 우리가 예서로 인해 얻는 것이 훨씬 많단다. 우리가 예서를 안아주는 것보다, 예서가 우리를 안아줄 때가 훨씬 많다. 예서의 가슴이 우리보다 훨씬 넓고 따스하다. 고맙다, 예서.
예서의 첫 번째 생일. 너머서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는다. 교회가,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형, 누나들이 예서를 한껏 기뻐해주신다. 우리, 오늘 받은 이 사랑을 잊지 말고 가슴에 고이 간직하자구나. 그 사랑을 교회로, 세상으로 다시 흘려 보내자.
사랑해, 예서.
2011년 5월 1일 주일,
예서의 첫 번째 생일이자 예서가 유아세례 받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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