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16번째로 기고한 글이며(오름), "'당장' 떠나야 할 숲, 환상에 압도되는 아이러니"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가 지어준 이름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찬란한 봄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
[서평] 체르노빌의 봄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맹슬기, 이하규 옮김|길찾기|2013)
인간은 '자연을 통제한다'는 오만하고도 이기적인 야욕으로 20세기를 지배하려 했다. 화학 비료의 사용, DDT와 같은 강력한 살충제를 동원하여 작물의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DDT의 대량 살포는 자연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말살하기 시작하였고 인류의 생존 기반에도 차츰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아무도 그 심각한 위기를 짐작하지 못할 때,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출간하여 대중의 생태학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1962년의 일이었다.
1986년 4월 26일,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가 체르노빌에서 발발한다. 당시 소련 당국은 체르노빌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다. 체르노빌은 세워진 지 2년 밖에 안 된 최신식 원자력 발전소로 소련 기술력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1986년 완공 목표로 5번, 6번 원자로가 건설 중이었고, 향후 총 10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질 계획이었다. 그런데 4기 원자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체르노빌은 재앙에 휩싸인다.
불과 1000킬로미터 밖에서 터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바람의 방향만 의지한 채 국민들에겐 그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체르노빌 사고 직후 프랑스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후쿠시마 사고를 다루는 일본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도 그저 감추고 은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린, 왜 이리도 순진하게 그것을 덜컥 믿어버리는 것일까. 잠재적 재앙을 그저 방기하는 것도 무서운 죄악과 다름 아니다. 레이첼 카슨이 인용한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해악을 깨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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