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Workholic & Integrity

Soli_ 2012. 5. 2. 01:27

일을 제법 열심히 한다(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과정과 결과를 추구했다. 동료와 발걸음을 맞추기보단, 그와 일할 때의 여러 가지 경우의 수까지 고려하여 일하는 것이 편했다. 업무 규정이나, 정해진 룰에 따라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늘 스스로가 만족스러워야 했다. 완벽주의와 약간의 결벽증,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이건 집이건, 언제나 일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동료에 대해 불만을 가질 때가 제법 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약속을 쉽게 어겨서, 나처럼 일하지 않아서. 주로 그런 이유에서다. 


1분기 결산 끝나고, 거의 한 달은 쉬엄쉬엄 일했다. 지난 2년간, 내 역량의 150% 정도의 과제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한 달은 60% 정도의 과제만 주어졌다. 부서가 개편되고, 상당한 업무 부담이 줄었는데, 새로운 과제는 유보되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대기 발령 상태? 비슷한 상황이다. 쉬니깐, 사람이 보인다. 우선, 떠나 보낸 동료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했다. 충분히 지켜주지 못했다는, 부당한(고의적이진 않지만, 부당한!) 외부의 시각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고, 때론 거기에 편승하여 동료를 괴롭혔다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아마, 결과에 대한 조바심, 또는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쉬니깐, 사람이 보였고, 내 자신이 보였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었다. 몸도 시름시름 앓았다. 그제서야, 내가 제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 대한 헌신, 그것이야말로 이렇듯 덧없는 것이더라. 

내일부터 새롭게 해야할 과제가 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대기 발령"을 거쳐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두려움이 앞선다. 욕심을 버려야겠다. 우선, 하늘거리는 나약한 몸과 마음을 추스려야겠다.

'窓_'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일, 남자의 자리  (0) 2012.07.29
충남 IVF 가는 길  (0) 2012.07.25
게으른 마음  (0) 2012.06.11
이삭 언니  (0) 2012.06.09
여행  (0) 2012.05.10
양미를 보내며  (0) 2012.04.13
더디게 간다  (0) 2012.01.31
김병년 목사님께  (0) 2009.04.27
희진과 은정에게 _ 혁신과 자기 관리에 대해  (0) 2009.03.20
신학의 길을 묻는 이에게  (0) 200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