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 27

부끄러운 얘기

부끄러운 얘기다. 오늘 "교회 2.0" 워크숍에 갔다가 IVP의 용희 간사를 '우연히' 만났다. 여러 얘기를 했고 여러 그리움과 속상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퇴사하고 처음이다, 이런 얘기. 그와 함께 수련원을 내려와 홍대 옛 사무실, 나의 일터이기도 했던 서점에 잠시 들렀다. 낯선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갑작스런 편안함에 놀라기도 했다. 편안하다니, 나의 가슴이. 퇴사한 이후 홍대역 부근에는 가지 않았다. 밥 먹자는 옛 동료의 청도 여러 이유를 들어 다음으로 미뤘다. 페이스북에 옛 동료의 글이 나의 '뉴스피드'에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래도 가끔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그네들의 이야기는 애써 피했다. 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 그랬다. 10년 가까이 일한 이곳에 대한 나의 마음은 마치, 오래 사귀었으나 ..

窓_ 2013.01.21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편집 후기와 관련 글 모음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편집 후기와 관련 글 모음 1.이제서야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지금이라도 "평화"를 만들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무엇보다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서. 그 기록은 "평화"와 강정마을, 송강호 박사님을 향한 내 깊고 깊은 마음의 조각들인 까닭에. 2.이 책은 2012년 3월 말 기획회의를 통해 출간을 결정하였고, 당시 편집은 천서진 간사가 맡았고, 내가 구성 작가를 하기로 하였다. 초기 기획은 인터뷰를 통해, 송강호 박사님의 평화사역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이슈를 부각시키자는 것이었고, 부록으로 송강호 박사님의 강연을 정리하여 싣기로 하였다. 기획회의 직후, IVF 김성한 간사와 미디어팀과 동행하여 제주 강정마을에서 송강호 박..

view_/책_ 2012.12.16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CTK 2012년 12월호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_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송강호, IVP, 2012) 김진형(‘예지원’을 꿈꾸는 출판기획자) 이 책은 강정마을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화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화에 이르는 길, 그 길을 걸었던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다. ‘회심’이라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근본적 태생에서 출발하되, 그것에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송강호의 이야기다. “진리는 오랜 숙고와 성찰을 통해 이를 수 있지만, 진리에 대한 신실함은 가장 단순하고도 간결한 실천으로 담보된다.” 진리는 무엇으로 세상에 귀결되는가? 진리는 우리에게 정의를 요구하고, 정의는 모든 불의와 폭력 너머 평화를 꿈꾼다. 그것은 오랜 예언자들의 꿈이었다고, “삼천 년의 꿈”이었다고 송강호는 말..

기고_/CTK_ 2012.12.13

"평화" 북콘서트, 페이스북에 올린 단문들

_"평화" 북콘서트에 제주 강정에서 구럼비를 지키던 활동가들이 많이 오셨다. 아마 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자리에 함께한 것일게다. 노래 손님 "목백일홍"이 "구럼비"란 제목의 노래를 부른다. 내 앞자리 활동가 한 분이 눈물을 훔친다. 난 저 마음을 잘 모르겠다. 저 속에 어떤 맺힌 것이 있는지, 전국을 돌고돌아 지친 저 육신들이 왜 여기에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정말 난 그 아픈 마음을 다 알지 못하겠다. 그저 나도 따라 아프다. _동원 씨도 함께했다. 그래서 더 기쁘다. "목백일홍"이 "조율"을 부른다. 아. _강정은 평화 활동가들이 지키고 싸우고 잡혀갈테니, 그저 우리더러 와서 구경꾼이라도 되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신다. 그렇게 말하시며 다시 울먹이는 송강호 박사님. _"평화" 북콘서..

view_/책_ 2012.11.06

IVP, 내 자리

(★이 글은 페이스북에 남긴, 'IVP 퇴사'를 밝힌 최초의 글입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덧글'을 달아주셨고, 많은 분들께서 메일과 편지를 주시거나 찾아오셨습니다. IVP에서 보낸 9년 1개월의 시간이 그저 덧없이 흐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위로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만져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IVP에서 9년 조금 넘게 일했는데, 제 책상은 언제나 지금 풍경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떠난 후엔 이 자리가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책상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몇 달 전 자리 옮기기 전엔 좀더 근사했는데, 그때 사진을 남겨둘 걸 그랬습니다. 맥북을 애플시네마 모니터에 연결해서 씁니다. 개인 일이건 업무건 모두 이 맥북으로 해결합니다. 아..

視線_ 2012.11.03

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의 앞날개에 썼던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며 요동쳤던 그 감사의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송강호 그는 평화의 사람이다. 평화사역에 생의 전부를 던졌기에, 늘 폭력과 불의의 땅에서 산다. 사단법인 개척자들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르완다, 보스니아, 소말리아,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반다아체, 카슈미르, 아이티 등에서 평화 활동가로 섬기면서 평화와 화해의 사역을 감당하였다. 전쟁과 분쟁, 재난 피해 자들의 고통과 함께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열강에 맞서 약한 자들의 벗이 되어 전쟁의 참화를 막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가교를 만들고, 고아를 위한 집을 짓고, 아이들에게 평화 의 언어와 노래를 가르쳤다. 이를 위해, 개척자들은 현지에서 평화 학교를 운영하며 전 ..

view_/책_ 2012.10.09

도로시 세이어즈, <기독교 교리를 다시 생각하다> 절판 유감

절판되어 속상한 책이 있다. 좋은 책인데, 그럴 때면 출판사 직원으로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더 잘 만들고, 더 잘 소개하지 못한 죄!), 가끔은 이 좋은 책을 알아보지 못한 독자들이 야속하기도 하다. 도로시 세이어즈의 에세이를 담은 이 책이 그렇다(특히 이 책은 잘 만들었다!). 명민한 지혜와 돋보이는 세이어즈의 문장은 가히 소유할만 하다. '곧' 절판이다. 구입할 수 있을 때 어서 구입하시라.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81127X

view_/책_ 2012.07.01

양미를 보내며

양미의 송별회 때 제가 송사를 맡았습니다. 그때 썼던 편지입니다. 전 직장의 동료였던 양미는 그곳에서 15년을 넘게 일했습니다. 입사했을 땐 저의 팀장이었고, 제가 그녀의 팀장이었을 땐 저를 가장 가까이서 돕는 동료가 되었지요. 부서원이 늘어날 때마다 부서의 쓴소리는 늘 그녀의 몫이었고, 덕분에 전 '마음 좋은 부서장' 역할만 하면 되었지요. 그러면서도 유독 그녀에겐 싫은 소리를 제법 해야했던 시간들을 아프게 기억합니다. 그녀의 꿈은 그곳에서 정년 퇴직하는 것이었죠. 편지를 쓰며,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슬픔과 자책이 사무쳤습니다. 그리고 저도 곧 그곳을 떠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요. 결국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저도 떠났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만나 봐야겠어요. 2013/01/07 ..

窓_ 2012.04.13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 매혹 혹은 근원적 갈망

아마 "여행"과 관련된 서평을 써달라고 요청이 왔을 것입니다. 고민 없이 김연수와 제임스 휴스턴을 골랐습니다. 두 작가 모두 제가 흠모하는 이들이었죠. 그래서 글도 즐겁게 썼습니다. 다만, 원고를 받은 편집인이 제목이 좀 난해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읽어보니, 내용도 좀 그렇네요. 보통, 마음이 많이 들어간 글이 종종 일반 독자들에겐 난해하게 읽힙니다.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글인 까닭이죠. 아무튼, 글을 썼던 당시엔 도통 바빠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유로운데 도리어 밥벌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쉬이 떠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봅니다. 느닷없이, 여행을 떠나고픈 간절함에 잠못 이루는 새벽입니다. 2013/01/17 04:33 소리(2009년 12월호) ..

기고_/대학가_ 2009.11.16

내 인생의 멘토 존 스토트와 마틴 로이드 존스에 대해

내 인생의 멘토 존 스토트와 마틴 로이드 존스에 대해 ※갓피플몰과의 인터뷰 내용인데, 갓피플몰에는 간추린 내용이 올라갔고(그쪽에서 간추렸는데, 문장을 조금 못생기게 다듬어 불만임!), 이를 다시 원문 그대로 IVP 홈페이지 북마스터 추천 코너에 올림. 1. IVP에서 문서사역부를 맡고 계시다고 하는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IVP에서 저희 부서는 작년에만들어졌습니다. 지난 30년간(1978-2008)의 사역을 정리하고 새로운 문서 사역에의계획들을 준비하며 만들어진 부서입니다. 물론 저희 출판사의 모든 부서가 문서사역을 하는 것이지만, 특히 문서사역부는 이를현장에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저희 출판사가 가진 주요 가치와 컨텐츠를 실천적으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각세대별, 주제별 ..

기고_/etc_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