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_/책_ 96

미로슬라브 볼프의 <알라>(IVP, 2015)를 '보았다'

미로슬라브 볼프의 (IVP, 2015)를 '보았다'.(잠시 서점에서 훑었을 뿐이므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대충 보았으므로 아래 내용에 시비 걸지 마시라.) 1. 화해의 신학자 볼프는 이 책에서 기독교와 무슬림이 예배하는 신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다만 두 종교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볼프는 두 종교의 신학이 아닌, 두 종교의 해석의 층위를 말하고 있으며, 그 간극에 대한 '정치신학'적 화해를 도모한다. 정치신학은 해석자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한 규명이자 테제라 하겠다. 그렇게 이 책은 기독교와 무슬림의 화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2. 신학의 가능성은 본질에 가닿는 것이다. 하나님, 예배자, 그리고 타자의 본질에 닿는 것이다. 그것은 곧 사랑일 것이다. 3. 신학의 실패는 결코 본질에 닿지..

view_/책_ 2016.02.15

예서와 예지를 사로잡은 어린이성경

예서와 예지를 사로잡은 어린이성경 《하나님의 아이들_이야기 성경》데스몬드 투투 지음|박총, 박해민 번역|옐로브릭 펴냄|2015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발터 벤야민은 이야기가 인간의 삶과 관계 맺는 방식은, 숱한 기억들을 연결하고 삶의 영속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또다른 진폭과 파장으로 확장되는 것이지요. 이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로는 근접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성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여러 개의 이야기로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성서가 필요했습니다. 여러 ‘어린이성경'을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어린이성경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정 신학적 ..

view_/책_ 2016.01.14

여성, 당신의 삶에 이 책들이 함께하기를

저를 아직도 ‘간사’라고 부르시는 분께서, 여성과 엄마의 삶을 위한 추천 도서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분께 답장으로 쓴 글입니다. ‘간사’로 호명될 때, 아직도 절반의 설렘과 절반의 부담감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를 불러주시는 분들은 대개 저의 지난 삶을 애써 기억해주시는 분들이지요.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나면, 설렘과 부담감이 있었던 자리엔 따스한 감사의 온기가 남습니다. 고맙습니다. ○○○ 님께, 여성의 삶, 엄마의 삶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저를 당혹하게 만듭니다. 제가 감히 그 신비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안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야다’라는 단어는 남자와 여자가 성적으로 결합하는 ‘하룻밤’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요.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내가 경험하였다는 것, 지식의 층위가 아니..

view_/책_ 2016.01.12

엄마. 나야.

2015년 12월 30일, 교보문고에서 약속이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나는 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가 도착했을 때 나는 울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이 책 하나씩 사요. 읽진 못하더라도 간직해요. 그렇게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그에게 주고 한 권은 가지고 있다가 다음 날 아내에게 주었다. 도무지 읽을 자신이 없었다. 아내 역시 엄마이므로, 아내는 나보다 용감하고 강할 것이다. 아내는 너울거리는 슬픔을 또박또박 읽고 또박또박 울었다. 나는 옆에서 그 울음을 들었다. 이 슬픔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단원고 아이들 "곽수인, 구태민, 권지혜, 길채원, 김건우, 김동영, 김수정, 김승태, 김승환, 김제훈, 김주아, 김혜선, 김호연, 박성호, 박정슬, 선우진, 심장영, 안주현, 안중근, 양온유, 오..

view_/책_ 2016.01.07

아깝다, 이 책!

를 포스팅 한 후, 어떤 분이 메시지를 주셨다. 글을 읽어보니 너무 많은 책(스무 권!)을 추천해서 그중에서도 몇 권을 따로 뽑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서 이런 답변을 드렸다. 올해의 책을 헤아리는 마음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스무 권도 제겐 너무 적습니다! 스무 권을 뽑으면, 뽑히지 못한 책들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미처 뽑지 못한 저 책들도 누군가에겐 가장 좋은 책으로 선택받기에 충분한 책이기도 합니다. 제가 미처 읽지 못한 책 중에서도 좋은 책은 허다할 것입니다. 읽어야 할 책은 세상에 너무 많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만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를 말하기보다는 언제나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거듭거듭 말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에서 아쉽게 제외한 10권의 책을 여기에 다시 적는다. 다..

view_/책_ 2016.01.05

김현, 다시 읽기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다시' '천천히' '깊이' 읽기.첫 책은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개정판, 문학과지성사, 2015). 김현은 1990년 세상을 떠났고《행복한 책읽기》는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문학과지성사 창사 4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김현은 나의 청년이 처음 만난 문학의 광휘이자 고독이었다.읽을 때마다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다시' '천천히' '깊이' 그 당혹함을 만날 것이다. 2016년 1월 4일.

view_/책_ 2016.01.04

2015년 나의 책 나의 저자

2015년 나의 책 나의 저자 독서의 편향에 대한 비판은 감수하겠다. 독서는 지향이며, 그것을 향한 편향의 삶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향은 있되 편향이 없는 삶을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나의 부끄러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나의 책들이 있었던 자리에서 슬픔을 더욱 오래도록 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목표로 한 것보다 책을 많이 사서, 더 느리게 읽지 못해서, 제대로 읽지 못해서 아쉬운 한 해가 저문다. '책은 모름지기 누군가의 사연이 되어야 한다'는 오랜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요약 인문·사회 부문 10권의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폭력 국가심미주의 선언사람, 장소, 환대수전 손택의 말글쓰기의 최전선어떻게 죽을 것인가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읽는 인간일탈 문학 부문 1..

view_/책_ 2015.12.30

호모북커스 추천 '2015 올해의 책'

호모북커스 송년모임에서 추천한 '2015 올해의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창비 펴냄┃15년 1월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할지라도 단호히 기억해야 하는 슬픔에 관한 책. “천천히 차오르는 슬픔이 아니라 습격하듯 찾아오는 통증”(김애란)에 관한 기록. “그토록 큰 슬픔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한 유가족의 말. ‘그냥 옆에 있는 거지. 뭔가를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등 두드려드리고 같이 밥 먹고 옆에서 자고 또 담배 같이 피우고 그렇게.’ 슬픔의 무게가 두려워 망설였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264쪽) “레비나스가 말했던가. ‘타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 그를 위해서 내..

view_/책_ 2015.12.20

CTK '2015 올해의 책' & 《폭력 국가》 추천의 글

CTK '2015 올해의 책'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CTK) 올해의 책 선정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제가 추천한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폭력 국가》(게리 하우겐,빅터 부트로스 지음/최요한 옮김/옐로브릭 펴냄/15년 1월)《샴고로드의 재판》(엘리 위젤 지음/하진호, 박옥 옮김/포이에마 펴냄/14년 12월)《데칼로그》(김용규 지음/하진호, 박옥 옮김/포이에마 펴냄/15년 9월)《기독교 공동체의 성서적 기원과 실천적 대안》(차정식 지음/짓다 펴냄/15년 9월)《곁으로》(김응교 지음/새물결플러스 펴냄/15년 8월)《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로완 윌리엄스 지음/김기철 옮김/복있는사람 펴냄/15년 6월)《헤아려 본 세월》(김민웅 외 지음/포이에마 펴냄/15년 4월)《나는 내 숨을 쉰다》(홍순관 지음/꽃자리 펴..

view_/책_ 2015.12.20

프러포즈

A 선생님께, 책의 ‘꼴'을 생각할 때마다 회의懷疑합니다. 책은 무고한 나무들의 숱한 희생을 담보로 탄생하는 물질인 까닭에, 어제 스치듯 말씀하신 것처럼, 과연 이 책이 탄생의 당위를 획득할 수 있을지 묻습니다. 그 당위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 혹은 던지는 질문들에 관한 것입니다. 물질이 사유로 조탁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선생님을 저의 저자로 청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여정에 깃든 수많은 질문이 다른 이의 텍스트를 빌어 인용될 때, 전 정색하며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라고. 오직 당신의 텍스트로 읽고 싶습니다, 라고. 수많은 질문들이 하나의 생각으로 발현되는 지점에서, 선생님은 지금 무엇을 열망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그 질문을 사수..

view_/책_ 201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