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87

사람에 대한 불신

나는 사람에 대하여 불신한다. 건조하고 차가운 불신이어야 사람에 대한 사랑에 닿을 수 있다. 예수는 제자들을 한 번도 믿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그들을 제자로 삼을 뿐만 아니라, 기어코 친구로 삼으셨다. 사람에 대해 과신할 경우, 결국 그 믿음은 나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그 어떤 사람도 우리가 믿을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에게 다가설 수록, 그 믿음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거듭 실패한다. 사랑하기도 전에, 그를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잃은 사람이 더러 있다. 어찌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믿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기에, 난 그 쉬운 길을..

窓_ 2013.02.23

生日有感_"천길 절벽 아래 꽃파도가 인다"

보통 생일은 무덤덤히 지나는 편이다. 아니, 그렇게 노력한다. 생일 때만 되면 급격히 우울해지는 까닭이다. 뭐랄까, 근원적 외로움 비슷한 것이 있다. 삶은 고통이라고,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인식했다. 꽤나 부자였던 논현동 시절이 있었다고 가족들은 종종 추억하나, 그땐 너무 어려 기억나지 않는다. 이사갈 때마다 집은 점점 작아졌고 마침내 지하 눅눅한 집, 곰팡이가 벽 안쪽을 채우던 가난한 시절의 기억만이 남아있다. 감수성 예민한 열다섯 살, 내 선생님은 등록금이 밀린 아이들을 모아 방과 후 청소를 시켰다. 거의 마지막 즈음엔 겨우 두세 명의 아이들만 남아 힘겨운 청소를 했다. 그중에 내가 있었다. 대학 가서는 장학금도 받아야 했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그러고도 한시간 넘게 걸어 학교에 걸어갔다..

窓_ 2013.02.15

오마이뉴스 글쓰기를 권함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으로 등록한 이후, 다섯 번째 기사가 올라갔습니다. 다섯 번 중 네 번은 메인에, 한 번은 북섹션에 올라갔습니다. 메인에 네 번 올랐는데, 톱기사로 채택된 것은 이번 비주류 사진가였던 당신에 진 빚을 어찌 갚을까요가 처음입니다. "오마이뉴스" 분류 등급에 따르면, 정식 기사로 채택되면 "잉걸", 메인 면에 배치되면 "버금", 메인 상단에 오르면 "으뜸", 톱기사로 채택되면 "오름"이 됩니다. 등급에 따라 원고료도 다릅니다. 저는 잉걸 1회, 버금 3회, 오름 1회씩 기사 채택이 되었지요. 2013/02/14 [오름] 비주류 사진가였던 당신에 진 빚을 어찌 갚을까요2013/01/31 [버금] 거짓이 진실 압도하는 세상... 그가 버텨주어 고맙다2013/01/18 [잉걸] 아버지의 자리..

窓_ 2013.02.14

페이스북 단상_2013/02/06-02/07

2013/02/06 _타자와 인생에 대한 그의 맹목적 사랑이 새삼 고마운 오늘, 낯 뜨거운 연서를 용기 내어 Myoung-ho Ok 선배에게. (블로그의 "옥명호 선배"를 공유하며) _간만에 헌책방 "숨어있는 책"에 다녀왔습니다. 소개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진심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 꼭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블로그의 "헌책방 숨어 있는 책에 가다"를 공유하며) 2013/02/05 _책 추천에 대한 나의 엄중한 규칙 중 하나는, 내가 경험하지 않은 텍스트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나의 판단이 틀렸다고 할지라도 그 규칙은 유효하다. 판단은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지만, 위장된 오만은 도무지 돌이키기 힘든 까닭이다. _오늘, 책 읽기 모임에 대해 대화하면서, 이..

窓_ 2013.02.08

옥명호 선배

그가 내가 다니던 출판사 편집장으로 왔을 때, 나는 정말 기뻤다. C. S. 루이스를 정성껏 만들던, 스스로를 'lewisist'로 칭하던 그와 많은 부분에서 통할 것 같았다. 문서학교를 다녀오던 길에, 그와 '잉클링즈'라는 독서 모임을 만들기로 작당했고 실행에 옮겼으나, 곧 우리의 모임은 맥주 한잔에 수다 떠는 모임으로 전락했고 우리는 그 추락을 즐겼다. 홍대 교정에 올라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를 읊던 그의 모습을 즐겁게 추억한다. 나는 동료들 사이에서 그를 '옥 시인'으로 불렀다. 고결한 문학의 언어와 펜탁스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나누던 동료였고 선배였다. 한편, 우리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 종종 다투기도 했다. 그는 무지 고집 센 편집장이었고, 나는 완벽주의 성향의 깐깐한 문서사역부장(그리고 마케팅부장..

窓_ 2013.02.08

페이스북 단상_2013/02/03-02/05

2013/02/05 _아! 방금전에 고직한 선교사님의 블로그 "고직한의 살사댄스"를 보고야 말았다.정말 충격이다... 무려 나의 블로그와 같은 스킨이라니!!! _아이들은 늘 불쑥 자라있습니다. 나의 시간보다 더 빠르고, 우리의 헤아림보다 더 충만하게 자랍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늘 우리의 기대보다 더 크고 깊고 충만합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무지개 아이들의 2월'을 되새겨 봅니다.(블로그의 사진을 공유하며.) _막장 드라마란 가상 시나리오가 현실 속에서, 그것도 교회 속에서 재현되는 참담함이란. 2013/02/04 _아... 마감은 어기라고 있는 것. _오늘 베스트 덧글은, 김고욤 씨의 "일팬단심". _저도 만들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우리 시대, 끝모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근거를 묻는 이들..

窓_ 2013.02.05

페이스북 단상_2013/01/30

1. '영화 레 미제라블'이 '뮤지컬 25주년 레 미제라블'보다 좋은 점은 앤 해서웨이가 있다는 것이고, '뮤지컬 25주년 레 미제라블'이 '영화 레 미제라블'보다 좋은 점은 앤딩 장면(혁명군의 노래)에서 자베르도 그 혁명군의 무리와 함께 혁명가를 부른다는 점이다. 아, 자베르가 함께여서 너무 좋다! (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는 혼자 너무 뿌듯함.ㅋ) 2.서울 나들이 나오는데 아내께서 출출할 때 먹으라고 찔러주셨다.ㅋ 2. 종일 밖에서 사람 만나느라 흘러간 타임라인을 이제서야 되짚고 있는데, 도서정가제 관련 이슈에 가슴이 조금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두 분이, 서로를, 혹은 서로가 속한 곳을 향해 '퇴출'이란 선동적 단어를 너무 쉽게 말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대해 너무나 쉽게 동조하는 어떤 이..

窓_ 2013.01.30

페이스북 단상_2013/1/25

1.한 번 읽었던 책을, 서평 쓰기 위해 다시 읽는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텍스트의 질문에 대한 나의 응답일 것. 허나 거대한 슬픔에 할 말을 그만 잃어버린다. 막막함에 시선을 피하고야 만다. 그리하여 오늘은 책을 덮는다. 2.오늘 나의 위로. 김영민, "나는 즐겨 '사람만이 절망'이라고 되뇌지만, 드물게 '사람만이 희망'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마치 아우슈비츠의 로렌초처럼." 3. 도서관에 있으니, 사람들이 도서관으로 찾아온다. 다행히 도서관 맞은 편엔 비교적 저렴하고 맛있는 카페도 있고, 바로 옆에는 내가 애용하는, 맛은 덜하지만 좋은 재료를 쓰는 분식점도 있다. 뒷편에는 날씨만 좋으면 한가로이 거닐며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숲도 있다. 오전엔 오랫동안 사귀던 ..

窓_ 2013.01.26

페이스북 단상_2013/1/24

1.기독서점에 딸린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그는 가고 나는 남았다. 기독서점에서 책을 이리저리 살핀다. 어제 교보에 갔다가 탐나는 책이 너무 많았는데, 아, 여긴 탐나는 책이 없도다. 카페엔 빈자리가 없는데, 서점엔 사람이 없도다. 2.프리랜서로 살아볼까, 출판사로 들어갈까, 예지원을 확 질러볼까... 고민하는 요즘. 밥벌이는 아득한데, 만나야 할 사람은 넘치는구나. 가난해도 살만한 요즘이다.

窓_ 201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