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3

어제, 오늘, 내일

안면도에서는 미안하고 고마웠단다. 아프고 열이 나 하루종일 무력했던 나를 성실하게 섬겨준 것. 그곳이 간만에 떠난 안면도의 바닷가가 아니었다면 덜 미안했을 텐데. 가장 더웠다던 날에 추워서 벌벌 떠는 나를 위해 땀 흘리며 시장을 보고 옆에서 수건을 얹어주며, 죽을 끓여주고, 시원한 수박 그리고 약을 먹여주어서... 참 고마웠단다. 잘 아프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일 앞에서 한번 앓고 나니깐 거짓말장이가 된 것 같아서도 몸둘바를 몰랐단다. 그렇게 종일 앓고 나서야 자연휴양림이며 꽂지 바닷가를 겨우 몇걸음 걸어본게 이번 여행의 전부였는데, 다만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 밖에 오늘은 내가 해줄게 없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젠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건강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霓至園_/soon_ 2005.07.25

결혼 예비학교를 마치며

"결혼 예비학교를 마치며, 다시 한 번 순일에게 청혼합니다." 올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정동진의 해돋이를 가슴에 가늠하며, 나와 새롭게 시작하자며 속삭였던 청혼의 고백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가정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 처소였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우리 안에 가장 기뻐하실 분이 하나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순일을 사랑할 때 가장 기뻐하실 분이 하나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그분을 향한 예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 진형과 순일이 서로 다르다는 것, 그 본질적인 차이에서부터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언제나 평생을, 당신만을 품으며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 이전에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될..

霓至園_/soon_ 2005.03.22

프로포즈

언젠가 순일에게 옮겨준 시(詩)가 있습니다. 내 가슴에 켜켜 가라앉은 어둠을 밤새도록 어루만지며 차마 말이 되지 못한 채 쌓인 수많은 할 말을 조용히 들어주던 밤 시냇물 부드러운 사랑의 포말도 수억만 개 한꺼번에 모여 천길 벼랑으로 쏟아지는 폭포가 되면 절망의 바위산 쪼개고 소망의 푸른 나무 키워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김연수의 “밤 시냇가에서” 99년 가을에 순일의 수줍은 미소를 처음 보았고, 2001년 순일의 따스한 미소를 경험했으며, 2002년 순일의 사랑스런 미소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2003년 6월, 드디어 순일의 손을 잡았습니다. 2003년 여름, 순일은 나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04년을 넘어 2005년을 바라보는 오늘, 이제 순일은 ‘마침내’ 나의 사람이 됩..

霓至園_/soon_ 2004.12.31

'순일'이라는 이름의 사랑

게리 채프먼은 사랑의 5가지 종류를 말하였고 C.S 루이스는 사랑의 4가지 종류를 말하였지만, 난 거기에다 또 하나의 사랑을 덧붙이고 싶다. …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순일’이라는 이름의 사랑. ‘사랑한다’는 고백 속에 담아야할 것들, 그런 고민들에 행복했단다. 순일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맺힐 때… 난 참 행복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할까?’, 그런 고민도 있었지만 ‘근사한 선물’보다 더 중요한 건, 감히 ‘내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순일을 깊이 깊이 사랑하는 내 마음. 적어도 난 그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앞으로 살면서 때로 작은 선물 하나도 준비하지 못할 가난한 시절들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내 마음은 언제나 순일에게 가장 깊고 진실된 사랑을 고백하리니. 그동안 힘들고 아픈 ..

霓至園_/soon_ 2004.05.31

화이트데이

2004년 '화이트데이', 순일에게… 오래 전, 가슴 속 깊이 간직했던 '부르심'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단다. 가슴을 온통 그분을 향한, 그분으로 인한 설렘과 소망으로 채우던 고요한 열정…. 성경 한 모퉁이 눈물과 함께 적어놓았던 "Live in Truth", 그리고 가슴에 조아리던 기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잠 못 이루는 밤마다 꺼내어 마주하는 그 다짐과 기도, 소망들이 있다. 무엇인가를 기억해내는 것으로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언저리를 찾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때로 그 기억해내는 것에의 곤고함에 너무 아프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다. "Live in Truth" 진리란 무엇일까. 나의 삶 속에 부여잡아야할 진실은 무엇일까. 하나님을 믿음으로, 그분을 향해 살아가는 것의 진정한 의..

霓至園_/soon_ 2004.03.14

김은호 교수님께

김은호 교수님께, 요즘 '촘스키'를 읽었습니다. '언어본능.상,하' 그리고 촘스키에 관해 쓴, '촘스키, 끝없는 도전'(로버트 바스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드니 로베르 외)라는 책입니다. 그는 히브리어를 시작으로 모든 언어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본능적 실체를 논증하던 지식인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심리학, 철학, 정치학을 꿰뚫는 석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그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 진리를 향하도록 노력하고 고민하며 저항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로버트 바스키는 촘스키를 마무리하며 그를, '보통사람들의 수호자'라고 칭합니다. 촘스키가 추구하는 지식인의 길, 그가 말하는 진리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많은 이견이 있습니다.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窓_ 2003.10.16

100일

"오늘은 우리들의 사랑이 100일째 된 날입니다." '약속을 기다리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대들을 향한 오직 한 분이신 우리 주님의 사랑엔 그대들을 향한 약속이 있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축복되어 쏟아지는 기쁨의 노래들이 아름다운 그대들의 새로운 시작을 밝히리니' 구십구년 겨울, 兄의 결혼 때 쓴 글. 약속을 기다리는 일… 순일과 진형의 사랑에는 어떤 약속들이 주어져 있을까? 지금은 비록 힘들고 고달플지라도, 우리의 사랑을 향한 그분의 약속은 무엇일까? 오직 한 분이신 우리 주님의 사랑에 우리들을 위해 예비 된 아름다운 약속들… 그것을 기다리는 일. 때로 그 시간들이 너무 길게만 느껴져 아플 때, 삶이 힘겨울 때, 지칠 때도 있겠지만, 난 그것을 기다리려 해. 인내가 필요한 일. 기다림의 끝에 축복되어..

霓至園_/soon_ 2003.09.09

순일 없는 서울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그리운 이 그리워하는 일 내 생명이 누리는 별빛 같은 축복이려니 고독의 시퍼런 강가에서도 그대 위한 나의 노래는 끝이 없으리 절망의 늪에서조차 내 시간의 가지마다 새순 틔워내는 그대 나의 사랑아 김연수 詩,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그리운 이, 그리워하는 일 내 생명이 누리는 별빛 같은 축복이려니. 정말 그렇다. 난 지금 “별빛 같은 축복”을 누리고 있다. 그리운 순일, 잠깐동안의 이별에도 그리운 순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들 속에서도 사랑을 배우리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 나두 수련회 가고 싶단다. “갈급함”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은, 그분의 사람으로 그분의 세상을 ..

霓至園_/soon_ 2003.07.27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랑하는 동생에게 음-.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없는 까닭에 도리어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믿음이 없는 까닭에, 우리도 아프고, 우리 하나님도 그렇게 아프셔야 했겠죠... 울 땐 울어야죠. 아픈 가슴이 우리 속사람을 솔직하게 하니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그리운지... 우리 하나님을 찾는 우리 감성의 바닥을 마주 볼 용기도 그때 생기죠... 맞아요. 그때가 있기에 지금의 동생이 있겠죠! 지금의 아픔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미래를 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 성공을 기약하고 살지는 맙시다. 우리네 인생은 이미 성공한 것이기에.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가 서로에게 지체됨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의 '성공'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죠. 도리어, 지체의 사..

窓_ 2003.06.10

사랑을 고백하다

1. 조병화의 “공존의 이유”라는 詩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걸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또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만날 때부터 헤어질 준비를 하고 살아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해 마음을 쏟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선 ‘작별’을 준비해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은 그래야만 사람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기에, 상처도 적당히 남겨야만 새로운 시작을 기약할 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하여 처음부터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릅니..

霓至園_/soon_ 200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