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rainbow_

예서의 첫 번째 생일, 유아세례 받던 날

Soli_ 2011. 5. 1. 01:22

'무지개 아이' 예서에게


무지개 ‘예霓’, 글 ‘서書’. ‘예서’라 부른다. 아주 오랜 옛날, 하나님은 타락한 세상을 물로 벌하신 후, 노아와 무지개 언약을 새롭게 맺으셨단다. 모든 불신앙과 절망, 공포, 죄악을 이겨내고 다시금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이들에게 곡진한 은혜를 허락하셨단다. 하나님은 늘 그러하시다. 늘 먼저 찾으셨지만 되레 버림받으셨고 외면받으시면서도 그분의 사랑은 우리를 끝내 품고야 만다. '무지개霓'는 홍수 심판 이후 주셨던 언약의 징표였단다. 그리고 모든 언약을 담아 기록된 '말씀書'을 주셨단다. 인생에 비바람이 몰아치거든 하늘을 묵상하렴. 무지개를 주실 것이다. 혹시 스스로에게 좌절하거나 세상에서 실패하거든, 온갖 힘겨움과 슬픔을 마주치게 된다면 '말씀'을 묵상하렴. 예서를 향한 하나님의 꿈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린 그분의 꿈이다. 예서는 우리의 두 번째 꿈이란다. 

예서의 첫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체온이 40도를 넘나들고 온몸은 붉은 발진으로 물들었단다.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해 있으면서, 부모로서 우린 참으로 무력했다. 사실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도 무력하긴 마찬가지였단다. 우린 이런 무력감을 견디면서, 새삼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아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던 그 순간, 예서가 결코 우리의 소유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아바’ 하나님께서 예서를 인도해주실 것이다. 아픈 예서를 돌보면서, 우린 그 믿음을 배워간다. 

예서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기도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비틀거리며 걷다 넘어져도 곧 웃으며 일어서는 예서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라지만, 공부 좀 못해도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공부를 잘하진 않더라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노래를 못해도 노래하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잘생기지 않아 인기가 좀 없더라도, 곁에 있는 숱한 친구들을 헤아리는 넓은 가슴의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가난한 부모를 부끄러워하기보단 불의한 부모, 자기밖에 모르는 부모, 아무런 꿈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부모, 세상의 가치와 성공에 집착하는 부모에게 ‘맞서기’ 바란다. 혹시나 우리가 그러하거든 말이다. 성적이나 외모, 남들보다 더 가진 ‘어떤 것’ 따위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단단하고 풍요로운 평화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낯가림 심한 우리와 달리 예서는 너무 잘 웃고 누구에게나 잘 안긴다. 그런 예서를 통해, 우리도 타인에게 먼저 다가서는 법, 힘들 때 먼저 그들에게 안길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 우리도 예서처럼 사랑하면 좋겠다. 예서를 우리가 돌본다고 착각할 때가 많은데, 사실 우리가 예서로 인해 얻는 것이 훨씬 많단다. 우리가 예서를 안아주는 것보다, 예서가 우리를 안아줄 때가 훨씬 많다. 예서의 가슴이 우리보다 훨씬 넓고 따스하다. 고맙다, 예서. 

예서의 첫 번째 생일. 너머서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는다. 교회가,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형, 누나들이 예서를 한껏 기뻐해주신다. 우리, 오늘 받은 이 사랑을 잊지 말고 가슴에 고이 간직하자. 그 사랑을 세상으로 다시 흘려보내자. 

사랑해, 예서. 

2011년 5월 1일 주일,
엄마 순일, 아빠 진형, 누나 예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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