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 159

여섯 살 예지를 씻기면서

퇴근하고 돌아와서 나의 역할은 보통, 아이들과 한바탕 놀기와 아이들 씻기는 일이었다. 내가 아이들을 씻기기 시작하면 아내는 청소를 하고 잘 준비를 한다. 아내가 인정하는 바, 청소는 내가 더 잘한다. 아이들 씻기는 일은 아내가 더 잘한다. 솔직히 난 대충 씻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내가 씻기는 이유는, 아내가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좀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종일 밖에서 보낸 아빠는 아이들과의 스킨십이 절실한 까닭이다. 여섯 살 예지를 씻기면서, 언제까지 이 아이를 씻기는 이 호사스런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종종 생각했다. 아이는 어린이가 되고 소녀로 자란다. 조금 있으면 아빠랑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겠지, 그런 상상을 하면 서글펐다. 다 씻은 후에 예지의 머리를 드라이한다. 이 때..

霓至園_/rainbow_ 2012.12.01

순일의 마음

백수되면 내 사치품들을 내다 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가난하게 살아야 할테니까. 모짜르트와 베토벤, DG111 전집도, 박스채 놓인 책들도, 아이패드도, 카메라며 렌즈도... 그런데 아내가 며칠 전부터 무언가 만든다. 형체를 그리고 짓는 사이, 어느새 나의 닉네임도 그 위에 반듯하게 새겨져 있다. 그래, 카메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겠다. 아내 순일의 마음, 그 깊이와 넓이는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다.

霓至園_/soon_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