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 3

여백과 구도

고독했던 시절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필름카메라이어서 찰나를 허비하지 않는 지혜를 배웠을 것이다. 근원과 현상에 대한 의문과 갈망으로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다음에야 구도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백이야말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 미처 의식하지 않는 환희의(혹은 슬픔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진을 찍어주신 분께 감사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霓至園_/rainbow_ 2015.03.27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숱한 연민을 까만 눈동자로 앓는 사람입니다. 섣부른 말로 단정 짓지 않으며 가만히 타자의 슬픔을, 때론 무심한 척하는 얼굴의 미세한 요동을 응시하는 사람입니다. 먼저 다가설 용기는 없지만, 굳센 사랑에는 무모한 결행을 감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참해질 때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헤어짐의 윤리를 아는 사람입니다. 관계에 대한 경우의 수를 셈하는 이와는 우정을 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정을 맺은 벗에게는 경우의 수를 헤아려 그를 살피는 사람입니다. '우연'을 '섭리'로 해석하는 사람입니다. '테레자'처럼 책을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밀란 쿤데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지만, 끝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건짓고 이유를 동반한다..

視線_ 2015.03.15

행방불명으로 인해 시작된 순례와 모험의 서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오늘의 예지원 상영작, .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1년 작품. 유바바는 타자의 이름을 빼앗아 그들을 지배하는 거대한 권력이자 시스템이라면그 반대편의 소박하고 진실된 삶의 자리엔 유바바의 도플갱어인 제니바가 있다. 유바바의 아들인 비대한 아기는 탐욕과 욕망의 유비로서 적당하다. 하쿠는 유바바의 하수이면서도 치히로를 연민하는 자기모순적 존재다. 그렇다면 치히로는 하쿠와 연대하되 오히려 그를 아우르는 순정의 소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끝내 잊지 않고 지켜 내는 순례이자, 돼지로 몰락한 부모를 구해 내는 모험 이야기가 이다. 나를 사로잡았듯이 예지와 예지의 친구들에게도 그..

view_/영화_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