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했던 시절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필름카메라이어서 찰나를 허비하지 않는 지혜를 배웠을 것이다. 근원과 현상에 대한 의문과 갈망으로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다음에야 구도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백이야말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 미처 의식하지 않는 환희의(혹은 슬픔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진을 찍어주신 분께 감사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