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K 12

‘한 길 가는 순례자’가 남긴 마지막 책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19년 1/2월호 '2019 CTK 도서대상'에 덧붙인 글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지음|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8년 6월 ‘한 길 가는 순례자’가 남긴 마지막 책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유진 피터슨의 최고의 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설교집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손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성서의 진리와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명료한 논리와 탁월한 언어를 구사하는 설교의 전범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유진 피터슨이 누구인지를,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기에 그렇다. 유진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십여 권의 책을 쓴 작가였으며, 성경 원어를 오늘날의 언어로 ..

기고_/CTK_ 2019.01.14

CTK '2015 올해의 책' & 《폭력 국가》 추천의 글

CTK '2015 올해의 책'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CTK) 올해의 책 선정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제가 추천한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폭력 국가》(게리 하우겐,빅터 부트로스 지음/최요한 옮김/옐로브릭 펴냄/15년 1월)《샴고로드의 재판》(엘리 위젤 지음/하진호, 박옥 옮김/포이에마 펴냄/14년 12월)《데칼로그》(김용규 지음/하진호, 박옥 옮김/포이에마 펴냄/15년 9월)《기독교 공동체의 성서적 기원과 실천적 대안》(차정식 지음/짓다 펴냄/15년 9월)《곁으로》(김응교 지음/새물결플러스 펴냄/15년 8월)《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로완 윌리엄스 지음/김기철 옮김/복있는사람 펴냄/15년 6월)《헤아려 본 세월》(김민웅 외 지음/포이에마 펴냄/15년 4월)《나는 내 숨을 쉰다》(홍순관 지음/꽃자리 펴..

view_/책_ 2015.12.20

'가난의 시대'를 의연하고 우아하게 사는 법

'가난의 시대'를 의연하고 우아하게 사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김인순 옮김|필로소픽 펴냄|2013년) 강준만 교수는 갑을관계의 역사가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고찰하며, 그 역사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고 말했다. ‘을’은 군림하는 ‘갑’의 비위를 맞추며 호시탐탐 ‘갑’의 자리를 탐하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갑’은 신자유주의의 동력을 돋구며 더욱 야멸찬 승자독식사회를 굳건히 한다. “88만원 세대”라는 조어는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으며, IMF 이후 중장년들은 언제 물러날지 모를 직장을 조바심 내며 사수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그런데,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라니, ‘우아하게 가난을 과시하면서 쿨하게 부자들을 경멸하는 법’이라는..

기고_/CTK_ 2013.06.29

순례, ‘공중의 새를 보며’ 걷는 하루하루의 일생 (CTK, 130510)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한국판(CTK) 2013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link). ★원고가 길어서 잡지에는 조금 덜어냈습니다. 블로그엔 전문을 싣습니다. 순례, ‘공중의 새를 보며’ 걷는 하루하루의 일생 (찰스 포스터 지음|윤종석 옮김|IVP 펴냄|2013년 4월) 먼 훗날, 아니 흐늘거리던 저녁노을 끝자락 감은빛 하늘이 곧 펼쳐질 지금 이 순간 내 생을 마친다면, 주께서 내가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 그 무엇이 아니라, 내가 걷던 길가에서 흘린 땀방울과 눈물 한 자락을 더 칭찬하고 위로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하여, 무언가를 이룬 그때가 아니라,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걷는 그 순간에 나의 최후를 맞길 바란다. 진정한 삶의 의미란, 그저 목표에 도달하는 것 혹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그것에 있지 않는다는 것을 ..

기고_/CTK_ 2013.06.07

다시 물어야 할 질문, “복음이란 무엇인가?” (CTK, 130510)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한국판(CTK) 2013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link). 다시 물어야 할 질문, “복음이란 무엇인가?”(매트 챈들러, 제라드 윌슨 지음|장혜영 옮김|새물결플러스 펴냄|2013) 미국 댈러스에 위치한 빌리지교회(The Village Church)의 대표 목사인 매트 챈들러는 성도들을 향해 이렇게 선언한다. “만일 여러분이 생각하는 교회가 뷔페식당 같은 곳이라면, 다른 곳으로 가서 드십시오.”(110쪽) 그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취향에 맞춘 복음이 아닌, 철저하게 ‘선포되는 복음’이다. 복음은 그 자체로 완전하기 때문에, 다른 여타의 가치나 가능성을 배제한다. ‘도덕적이고 심리치료적인 이신론’이나 ‘번영 신학’ 따위는 결코 복음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에 기록된 ‘있는 그..

기고_/CTK_ 2013.06.07

거뭇한 어른들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고향' 같은 책 (CTK, 0313)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13년 4월호 거뭇한 어른들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고향’ 같은 책 [서평]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현주│작은것이아름답다│2009)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태어났을 땐 이미 두 분은 돌아가셨다. 그래서 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도 여름방학이면 삼촌과 이모들이 계신 시골집에 갔으나, 친구들은 할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갔다. 시골집과 고향의 차이, 아마 내가 부러웠던 건 그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껜 차마 말 못할 것도 투정하며 고백할 수 있는, 어른 비슷한 부담스런 거뭇한 존재가 되어서도 기꺼이 달려가 그 품에 안길 수 있는 ‘할부지’에 대한 동경. 나에겐 그런 ‘고향’이 없었다. 그런 까닭일까. 난 아주 바..

기고_/CTK_ 2013.04.03

‘부서진 에이콘’의 시대에 주어진 유일한 희망 (CTK, 130213)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13년 3월호 ‘부서진 에이콘’의 시대에 주어진 유일한 희망 배제의 시대 포용의 은혜 (스캇 맥나이트 지음|박세혁 옮김|아바서원|2013)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얘기하자. 난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불만이다(표지에서 인용한 이미지는 미로슬라브 볼프의 원서와 같다). 일종의 아류, 혹은 패러디일까, 그렇게 추측하긴 너무 아까운 책이다. 볼프나 맥나이트 모두에게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불만일 것이다. 스캇 맥나이트는 역사적 예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면서도 뛰어난 작가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저자이다. 우리나라엔 그의 책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학자다(특히 IVP에서 번역 출간한 을 이 책과 더불어 추천한다). 이 책은 복음의 통전성에 대한 ..

기고_/CTK_ 2013.02.28

우리는 변명의 여지없이 충분히 부유하므로 (CTK, 130110)

★관련 포스팅 CTK 2012년 12월호_"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서평)CTK 2009년 9월호_"인생의 멘토가 필요할 때"(인터뷰)CTK 2008년 7월호_"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서평)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CTK) 2013년 2월호 우리는 변명의 여지없이 충분히 부유하므로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 (크레이그 블롬버그 지음|박규태 옮김|IVP|2012) 영국 IVP의 NSBT(New Studies in Biblical Theology) 시리즈 중 첫 번째로 한국에 선보이는 책이다. 이 시리즈는 성경신학의 토대 위에서 철저한 학문적 탐구를 통해 성경의 다양한 관심을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로 풀어낸 수작들로 채워져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해에 출간된, 같은 주제의, 한국..

기고_/CTK_ 2013.01.28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CTK 2012년 12월호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_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송강호, IVP, 2012) 김진형(‘예지원’을 꿈꾸는 출판기획자) 이 책은 강정마을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화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화에 이르는 길, 그 길을 걸었던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다. ‘회심’이라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근본적 태생에서 출발하되, 그것에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송강호의 이야기다. “진리는 오랜 숙고와 성찰을 통해 이를 수 있지만, 진리에 대한 신실함은 가장 단순하고도 간결한 실천으로 담보된다.” 진리는 무엇으로 세상에 귀결되는가? 진리는 우리에게 정의를 요구하고, 정의는 모든 불의와 폭력 너머 평화를 꿈꾼다. 그것은 오랜 예언자들의 꿈이었다고, “삼천 년의 꿈”이었다고 송강호는 말..

기고_/CTK_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