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5

Y에게 추천하는 2014년 1월 둘째 주 신간

Y에게, 움베르트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어. "사실 문학 작품들은 단지 절반만 비물질적입니다."라고. 무슨 말이냐고? 문학은, 그리고 모든 책의 가치는 절반의 사유와 절반의 물질성에 달려있다는 것이지. 책이라는 물성은 사유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고, 그 사유를 간직하게 되는 추억이 되기도 해. 에코는 이렇게도 부연해. "물론 나는 종이책의 접힌 모서리나 주름진 자국까지 기억하지요." 그래서 나도 (짐짓 에코의 흉내를 내며) 늘 이렇게 말하지. 책을 머리로만 읽지 말고 몸으로 읽으라고. 몸으로 익힌 것은 평생 기억한다고. 그래서 줄도 긋고, 모서리도 접고, 소리 내어 읽고, 읽어주고, 옮겨 쓰고, 그렇게 살라고. 몸에다가 그 사유를 담으라는 거지. 그리하여 책은 모름지기 누군가의 사연이 되어야 한..

view_/책_ 2014.01.11

<남자의 자리> 두 번째 읽기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아니 에르노, 127면) 두 번째, 읽었다. 작은 판형에 129면 밖에 안 되는 책. 처음엔 단숨에 읽었는데, 이번엔 자주 멈춰야 했다. 첫 번째 독서가 세월 넘어 유유히 흐르는 한 남자의 서사에 막막했다면, 오늘은 그 서사를 그저 관찰자 시점으로 응시해야 했던, 그러나 그 남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작가의 슬픔에 가슴이 울컥했다. "기억이 저항한다."(113면)"난 내 책의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제는 그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114면)"내가 부유하고도 교양 있는 세계에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내려놓아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작업을, 난 이제 이렇..

view_/책_ 2013.01.17

[진중권] <레미제라블>과 혁명과 사랑

[진중권] 과 혁명과 사랑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2285“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성난 사람들의 노래가. 그것은 또다시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음악이다. 너의 심장소리가 북소리가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오면 시작되려는 삶이 있다. 너는 우리의 십자군에 동참하려는가. 누가 강한 의지로 내 옆에 서겠는가? 저 바리케이드 너머 어딘가에 우리가 보고 싶은 세상이 있을까? 그럼 이 싸움에 동참하라. 이 싸움이 네게 자유로울 권리를 주리라.” 대선 결과에 낙담한 자들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준 것은 영화 이었다. 두 시간 반이 훌쩍 넘는 부담스러운 러닝타임,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컴퓨터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은 영화 속 상황이 묘..

scrap_ 2013.01.17

진중권,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진중권의 세상보기]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이 나라에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애국자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가 있다.” 언젠가 이준석씨에게 들은 얘기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서 이 대목을 듣고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의 감동은 또한 나의 것이기도 하다. 미합중국의 국민은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든, 그 전쟁에 반대하든 ‘애국자’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 때마다 ‘빨갱이’ 아니면 ‘매국노’가 되어야 한다. 인구 절반의 빨갱이에, 나머지 절반은 매국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왜 우리는 서로 상대로부터 국민 될 자격을 박탈하려 드는 걸까? 나는 ‘국민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

scrap_ 2012.12.16

"의자놀이"를 둘러싼 의자놀이_진중권

진중권은 냉정하고 건조하게 읽을 때 교훈이 된다. "디워 논쟁" "(김규항 등과의)진보 논쟁" "부러진 화살 논쟁" "통합진보당 논쟁" 등에서 숱한 뭇매를 맞았지만, 여지껏 살아남았을 뿐더러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논객이다. 진중권이 진중권인 이유는 분명 있다. http://blog.ohmynews.com/litmus/178458 [리트머스] ‘의자놀이’를 둘러싼 의자놀이 _진중권 인용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통으로 직접 인용하느냐, 아니면 윤문이나 첨삭을 가미해 간접 인용하느냐. 문제의 부분은 실제로는 거의 통 인용이면서, 약간의 첨가와 윤문을 가해 원 자료를 가공하고 있다. 출처 표시가 뒤로 돌아간 것은 이 때문일 게다. 원저자는 기분 나쁠 수 있다. 나라도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scrap_ 201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