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3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을 위한 불경한 책

■〈CMR〉(기독경영연구원) 2017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을 위한 불경한 책 《래디컬: 급진주의자여 일어나라》사울 알린스키 지음|정인경 옮김|생각의힘 펴냄|2016 미국의 지난 대선 정국에서 샌더스 열풍이 거세게 불었을 때, 한 비평가는 다음과 같이 썼다. “오늘날 하나의 유령이 미국을 배회하고 있다. 사울 알린스키라는 유령이.” 이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하는 《공산당 선언》 첫 문장의 오마주다. 2015~2016년 미국 정치 혁명의 주역으로 부상했던 버니 샌더스는 무명의 아웃사이더였다. 샌더스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면서 부의 불평등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고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싸움을 이끌었다. ..

기고_/etc_ 2017.01.04

‘가 보지 않은 길’을 도모하는 ‘못다한 사랑’(복음과상황, 130705)

복음과상황(2013년 8월호)_“독서선집” ‘가 보지 않은 길’을 도모하는 ‘못다한 사랑’ (디트리히 본회퍼,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정현숙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3년) (문익환 지음│사계절 펴냄│1994년) 살아서 못다한 사랑/천 길 무덤 속 고요한 어둠/뚫고 솟아나리/차가운 샘물로 못다한 사랑 모이고 모여/내를 이루어 흐르리/목메는 강산 곱게 가슴에 수놓으며/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리/바다로 갔다 구름 되어/못다한 사랑 눈물로 쏟으리 _문익환의 시, “못다한 사랑” 전문 살아서 못다한 사랑은 산하(山河)를 곡진히 흘러 바다에 이르고, 결국 구천(九天)에 올라 다시 눈물 같은 빗줄기로 세상에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이면 끝내 못다한 사랑을 헤아려 잠시라도 숙연한 그리움을 품어야 한다. 황국명 시인..

진리를 너의 존재로, 정의를 너의 삶으로 (오마이뉴스, 130223)

★엊그제, 한 캠퍼스 선교단체로부터 독서 강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고심 끝에 거절하였지요. 그러다가 문득,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이 글은 「김예슬 선언_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느린걸음, 2010)에 대한 서평이기도 하지만, 만약 제가 강의 요청에 응했다면 그곳에서 전했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나의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에 8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대학에 입학할 그대,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진리를 너의 존재로, 정의를 너의 삶으로대학에 입학할 그대,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십수 년 전 성경책 한 모퉁이에 적어 두었던 한 문장이 있다. '신앙, 혹은 신학은 저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신앙한다는 것은 진리..

아버지의 자리, 그곳에 내가 있었다 (오마이뉴스, 130118)

★오마이뉴스에 세 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아버지의 자리, 그곳에 내가 있었다 「남자의 자리」(아니 에르고 지음│임호경 옮김│열린책들│2012년) 서평 기억이라는 것 는 소설일까? 작가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작가는 ‘추억을 사적으로 꾸미는 일도, 자신의 행복에 들떠 아버지의 삶을 비웃는 일도 없이’ 담담한 시선과 간결한 문장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기억하길 원한다(이상 20-21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어떤 조건의 모든 지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47면). 그녀에겐 오직 아버지의 존재, 아버지의 자리, 있는 그대로의 실존을 구현해내는..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CTK 2012년 12월호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_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송강호, IVP, 2012) 김진형(‘예지원’을 꿈꾸는 출판기획자) 이 책은 강정마을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화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화에 이르는 길, 그 길을 걸었던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다. ‘회심’이라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근본적 태생에서 출발하되, 그것에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송강호의 이야기다. “진리는 오랜 숙고와 성찰을 통해 이를 수 있지만, 진리에 대한 신실함은 가장 단순하고도 간결한 실천으로 담보된다.” 진리는 무엇으로 세상에 귀결되는가? 진리는 우리에게 정의를 요구하고, 정의는 모든 불의와 폭력 너머 평화를 꿈꾼다. 그것은 오랜 예언자들의 꿈이었다고, “삼천 년의 꿈”이었다고 송강호는 말..

기고_/CTK_ 2012.12.13

수잔 브라이슨,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

수잔 브라이슨의 책 를 단숨에 읽었다.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했던 끔찍한 성폭력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저자의 지난한 과정을 마음 조리며 읽어갔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이야기'와 '관계'로 규정되는 '나'의 존재론에 대해 또다른 성찰과 통찰을 갖게 한다. 이제 난, 누군가의 고백을 들으며, '이제 그 트라우마에서 좀 벗어나렴'이란 말,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단순한 사실은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희망이기도 하다. 절대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이 고마운 책을 소개해준 신동주 PD님, 그리고 박총 님께 감사. 그나저나 내일까지 써야하는 복상 원고 30매는 어쩌누.

view_/책_ 2012.12.08

드디어 '지도'가 생겼다! (양희송, <다시, 프로테스탄트>)

드디어 '지도'가 생겼다!_양희송, (복있는사람, 2012) 난 그의 책이 지금껏 왜 하나도 없는지가 늘 궁금했다. 이 책도 사실 '2007년 개신교'를 기점으로 한 전후 패러다임을 논하고 있으므로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과 2012년은 상당히 다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란 시대적 변곡점을 지나면서 개신교는 보수 본색을 더욱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나의 판단에, 개신교엔 근본주의적 보수와 중도적 보수만 있을 뿐이다. 복음과상황, 뉴스앤조이, 청어람, 성서한국, 기독교청년아카데미, 현대기독교아카데미 등 숱한 진보적 복음주의 단체들이 있으나, 그들의 바운더리는 매우 미비하다. 그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가보면, 참석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다 비슷하다. 지적이며 의분에 찬 제법 견고한 결..

view_/책_ 2012.12.08

존 스토트, <나의 사랑하는 책>(IVP, 2012)

존 스토트, (IVP, 2012) "존 스토트 평생의 역작이 그의 마지막 선물이 되었습니다."라는 카피는 좀 진부하게 느껴진다. 「제자도」가 '그의 마지막 책'이란 강력한 카피로 성공한 이후, 새삼스럽게 쏟아진 그의 책들이 대부분 "마지막"이란 수식어를 남용하였으니까. 이 책도 그렇다. '마지막 선물'은 좀 그렇다. 하지만 '평생의 역작'이란 표현은 적합하다. 왜냐면 이 책은, 존 스토트가 그의 말년에 남기고자 했던, 평생 그토록 강조했던 '교회력에 따른 성경 읽기'였던 까닭이다. 존 스토트가 평생 사랑하고 헌신했던 두 가지, "교회"와 "성경"의 두 기둥이 이 책에 오롯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난 책의 제목에 '교회력'이란 단어를 넣자고 제안했다. '교회력에 따른 성경 통독'은 존 스토트의 갈망을 ..

view_/책_ 2012.12.02

지강유철, "서평 쓰기"

"지강유철 선생님"다운 서평 쓰기론. 그저 그 앞에 부끄러운. 며칠 동안, 아니 족히 열흘 정도를 박홍규의 를 붙들고 낑낑거렸습니다. 28매 짜리 서평 하나를 후딱 끝내지 못하는 자신이 참 한심했습니다. 확실히 저는 아직 초등학교 국어 시간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국어 숙제란 대개 주어진 글의 전체의 뜻을 요약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문단을 나누고, 반대말, 비슷한 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늘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전체의 뜻을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저는 지금도 그 문제에 늘 어려움을 느낍니다. 원고지 10-20매짜리 칼럼이라면 모를까 책 한 권 분량이라면 누가보더라도 객관적인 전체의 줄거리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일 텐데,..

scrap_ 2012.05.09

은혜, 그분의 거침없는 사랑 (도널드 맥컬로우, <거침없는 은혜>)

대학가(2008년 9월호)_책 읽어주는 남자 은혜, 그분의 거침없는 사랑 거침없는 은혜(도널드 맥컬로우│윤종석│2008) 하나님의 사랑은 거침이 없다. 우리의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뿐만 아니라 합당하고 온전해 보이는 사고, 가치관, 세계관 역시도 어김없이 극복해낸다. 그분의 사랑은 “우리의 이해에 저지당하실 수 없고, 죄에 막히실 수 없고, 죽음에 꺽이실 수 없고, 정의의 원칙에 제약받으실 수 없고, 심지어 신의 테두리 안에 갇히실 수”(41-42페이지) 없다. 그렇게 그분은 모든 것을 극복해내시고 마침내 우리에게 오셨고, 우리는 그런 그분의 사랑을 ‘은혜’로 고백한다. “하나님의 비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의 실존 속으로 끝까지 가셨다.”(61페이지) “이 성육신..

기고_/대학가_ 200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