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세 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아버지의 자리, 그곳에 내가 있었다 「남자의 자리」(아니 에르고 지음│임호경 옮김│열린책들│2012년) 서평 기억이라는 것 는 소설일까? 작가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작가는 ‘추억을 사적으로 꾸미는 일도, 자신의 행복에 들떠 아버지의 삶을 비웃는 일도 없이’ 담담한 시선과 간결한 문장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기억하길 원한다(이상 20-21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어떤 조건의 모든 지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47면). 그녀에겐 오직 아버지의 존재, 아버지의 자리, 있는 그대로의 실존을 구현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