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리 5

아버지의 자리, 그곳에 내가 있었다 (오마이뉴스, 130118)

★오마이뉴스에 세 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아버지의 자리, 그곳에 내가 있었다 「남자의 자리」(아니 에르고 지음│임호경 옮김│열린책들│2012년) 서평 기억이라는 것 는 소설일까? 작가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작가는 ‘추억을 사적으로 꾸미는 일도, 자신의 행복에 들떠 아버지의 삶을 비웃는 일도 없이’ 담담한 시선과 간결한 문장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기억하길 원한다(이상 20-21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어떤 조건의 모든 지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47면). 그녀에겐 오직 아버지의 존재, 아버지의 자리, 있는 그대로의 실존을 구현해내는..

<남자의 자리> 서평을 쓰기 위한 준비

1. 아니 에르노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등단 초기부터 픽션을 거부한 아니 에르노는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해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해부해 왔다. 부모의 신분 상승을 그린 와 , 자신의 결혼(), 성과 사랑(, ), 주변 환경(, ), 낙태(),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 ), 심지어 자신의 유방암 투병()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기억 속에서 집단의 기억을 복원하고, 개인성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인 에르노의 작품은 자전(自傳)에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에 타인들,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

view_/책_ 2013.01.18

<남자의 자리> 두 번째 읽기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아니 에르노, 127면) 두 번째, 읽었다. 작은 판형에 129면 밖에 안 되는 책. 처음엔 단숨에 읽었는데, 이번엔 자주 멈춰야 했다. 첫 번째 독서가 세월 넘어 유유히 흐르는 한 남자의 서사에 막막했다면, 오늘은 그 서사를 그저 관찰자 시점으로 응시해야 했던, 그러나 그 남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작가의 슬픔에 가슴이 울컥했다. "기억이 저항한다."(113면)"난 내 책의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제는 그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114면)"내가 부유하고도 교양 있는 세계에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내려놓아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작업을, 난 이제 이렇..

view_/책_ 2013.01.17

주일, 남자의 자리

아침부터 몸은 곤했고, 마음은 불편했다. 교회 갈 준비하느라 부산한 아내에게 괜한 트집을 잡으며 투덜거렸다. 교회가 뭘까. 무너진 관계와 마음들은 애써 무시한채, 신학적 담론만 제시하고, 헌신만 요구하면 될까. 온갖 위선은 우리 안에 난무하지만, 그냥 모른척 넘어가면 되는 걸까. 그리고 남자의 자리는 도대체 있는걸까. 남자의 각성을 농담반 진담반 요구하는 한 집사님에게 기꺼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후 늦게 한숨 자고 나서야, 저녁이 되어서야 마음이 좀 풀렸다. 소란스런 아이들의 소리가 다시 정겨웠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세심히 남편의 마음을 살피는 아내의 마음에 죄책감이 들었다. 어서 가서 일하라는 아내의 만류에도, 꿋꿋이 설겆이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집을 나섰지만, 그 죄책감은 여전하다. 아..

窓_ 201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