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6

희망이란,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 (복음과상황, 140310)

복음과상황(2014년 4월호)_“독서선집” 희망이란,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 ≪사월의 미, 칠월의 솔≫(김연수 지음│문학동네 펴냄│2013년 11월) 소설가 김연수는 진실에 대한 탐구자다. 언젠가 그의 블로그에 쓴 독서일기를 모은 작은책 ≪김연수欄(란)≫이 있었는데(정식으로 출시되지는 않았다), 거기엔 이런 문장들로 가득하다. “진실이란,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말하지 못하는 부분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160쪽) “진실은 버거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능력과 상관없이 진실은 거기 존재한다. 진실을 위해서라면 나는 지금의 나보다 좀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180-181쪽)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진실에 대한..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이유

그의 최고의 책, 이란 수사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최근 어떤 책을 블로그에 추천했는데 그 책의 출판사 카피가 그랬다. "그의 최고의 책". 충분히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정말 그런가, 의문이다. 그의 대표작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책에 그 수사를 붙인 것은 자신감인가, 무모함인가. 그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경솔하다는 생각이다. 그 다급한 마음이야 왜 모를까 마는. 어떤 작가의 최신작이 언제나(또는 대부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때, 그것은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내겐 '소설가 김연수'가 그렇다. 그의 대표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기대한다. 그래서 이번 "복상"엔 '그의 최고의 책'이란 카피가 붙은 어떤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김연수의 소설집을 소개했다. 수년 간..

view_/책_ 2014.02.15

레어아이템, 김연수欄

손바닥만한 작은책이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책 ≪김연수欄(란)≫. ≪원더보이≫ 사은품으로 받았던 것 같다. ≪원더보이≫보다 이 책을 먼저 읽던 기억이!그의 블로그에 썼던 독서일기를 모은 것인데, 비매품으로만 발매되었던 '레어'아이템. 이 책을 왜 좋아하냐면 이런 문장들 때문에. 김연수를 왜 좋아하냐면 이런 문장들 때문에. "추리소설의 합리성은 탐정의 합리성이며 정신치료의 합리성은 의사의 합리성일 뿐이다. 합리성과 진실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진실은 가끔 모두에게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진실의 대부분은 모두의 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진실일 확률이 더 많다. 왜냐하면 우리는 합리성과 진실을 착각하니까."(27쪽) "진실이란,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말하지 못하는 부분에 그가 하고 싶..

view_/책_ 2014.01.14

예사롭지 않은 겨울의 시작

여름이 끝나갈 무렵, 출판사에서 다시 일하기로 결심했을 즈음부터 책 읽기는 호흡의 패턴을 잃었다. 책은 희망이자 절망이었고, 삶의 일탈이자 권태였다. 뜨겁던 여름의 쇠락은 가을에 사무쳤고, 난 숨가쁘게 달리면서도 그 서글픔이 살뜰하여 자주 울었다. 그리고 겨울에 이르렀다. 유난히 소담스런 책들이 나를 맞는다. 미카미 엔은 책으로 얽힌 인연의 미스터리로 유혹하고, 이서희는 관능의 문장으로 나를 매혹하여 사로잡는다. 손택의 청춘은 열정을 다스리는 파토스를 선사하고, 김두식의 단단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은 길 너머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다다른 나의 밤엔 김연수의 노란 불빛 서사가 기다린다. 책이 다시 삶의 호흡이 될 조짐이다. 예사롭지 않은 겨울의 시작이다.

view_/책_ 2013.11.21

[김연수]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시고, 포기하는 걸 두려워하시길

[김연수]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시고, 포기하는 걸 두려워하시길http://yeonsukim.tumblr.com/post/38371150553 11988년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5월 어느 날, 저는 신문을 읽다가 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기사에는 “15일 오후 3시 40분 서울 중구 명동성당 구내 가톨릭교육관 3층 옥상에서 조성만(24. 세례명 요셉. 서울대 화학과 2년. 가톨릭민속연구 회장)씨가 칼로 배를 찌르고 12m 아래로 투신, 가까운 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7시 20분께 숨졌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천문학과에 진학해서 우주론을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매일 야간자습을 하던 제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그는 내가 그토록 간절히 소망하던 인생을 나보다 먼저 살아가던 젊은이였습니다..

scrap_ 2012.12.23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 매혹 혹은 근원적 갈망

아마 "여행"과 관련된 서평을 써달라고 요청이 왔을 것입니다. 고민 없이 김연수와 제임스 휴스턴을 골랐습니다. 두 작가 모두 제가 흠모하는 이들이었죠. 그래서 글도 즐겁게 썼습니다. 다만, 원고를 받은 편집인이 제목이 좀 난해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읽어보니, 내용도 좀 그렇네요. 보통, 마음이 많이 들어간 글이 종종 일반 독자들에겐 난해하게 읽힙니다.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글인 까닭이죠. 아무튼, 글을 썼던 당시엔 도통 바빠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유로운데 도리어 밥벌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쉬이 떠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봅니다. 느닷없이, 여행을 떠나고픈 간절함에 잠못 이루는 새벽입니다. 2013/01/17 04:33 소리(2009년 12월호) ..

기고_/대학가_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