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6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연재’의 맺음말, 혹은 ‘그럼에도 책 읽기’의 서문)

"복음과상황"에 2013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모두 20편의 서평을 통해 28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중간에 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에 한 번 연재로 바꾼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였고, 글을 쓸 마음의 여백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지요(바쁘다는 것과 삶의 여백이 없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연재를 그만두어야 하는 때를 생각했고, 결국 11월호가 마지막 연재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고정 연재하던 매체는 이제 없네요. 이 글은 몇몇 곳에서 했던 강의 제목이기도 했고, 모 출판사에서 제안받았던 책의 서문으로 썼던 것입니다. 원고지 50매 정도가 되는 글을 1/3로 줄인 것이지요. 그래서 부제가 "'연재'의 맺음말, 혹은 '그럼에도 책 읽기'의 서문"입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단상

(정희진|교양인|2014) 단상 1. 여성학자로서의 정희진은 물론, ‘을’이라는 현실의 비참함을 살아가는,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 정희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유독 반갑다. 2. 로버트 서먼은 평화를 여성의 본성이라고 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란 전쟁이 억제된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정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희진의 책 읽기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평화의 관점은 이 두 가지를 정확히 충족시킨다. 3. 정희진은 망명자이거나 디아스포라적 존재로서 투쟁한다. 4. 그는 어쩌면 지독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겠다.5. 컨텍스트를 위해 텍스트를 소비하는 어떤 운동가들과는 달리, 정희진은 텍스트, 그 자체를 향한 성실한 연구자다.6.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라는 선언과 독서를..

카테고리 없음 2014.10.14

‘죽음 자’의 희망 앞에 선 ‘산 자’의 절망 (복음과상황, 140913)

복음과상황(2014년 9월호)_“독서선집” ‘죽음 자’의 희망 앞에 선 ‘산 자’의 절망 ≪그의 슬픔과 기쁨≫(정혜윤 지음│후마니타스 펴냄│2014년 4월) 2009년 1월 9일,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신차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신들의 퇴직금을 담보로 1천억 원을 출자하겠다고 했고, 임금과 복지 삭감을 받겠다고 했고, 순환 무급 휴직도 먼저 제시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하나였다. 고용을 보장해 달라는 것. 그러나 회사는 해고를 강행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해고자 명단에 오른 자들은 ‘죽은 자’로 불렸다. ‘죽은 자’들과, 그리고 동료들을 버리지 못해 함께 파업에 동참했던 소수의 ‘산 자’가 있었다(옥쇄파업 결행했..

낙하의 삶

와우북도, 북소리 없는 연휴를 보냈다. 인제 내린천 계곡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꿈 같은 가을을 보냈고, 주일 예배에선 가슴을 뜨겁게 아우르는 환희와 분노를 만났다.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습관처럼 두어 권 챙겼으나 꺼내지 않았으며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텍스트는 내내 그곳에 있었으니까. 읽을 필요가 없는, 보고 느끼고 누리면 되는, 그것으로도 흡족한 풍요로운 텍스트가 있었으니까. 책의 당위를 말하고 다니던 시절에 부끄러움이 스치는 요즘이다. 그리고 다시 출근길 읽은 책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한강, , 169쪽) '가혹'이란 단어에서 "nothing is as mysterious ..

視線_ 2014.10.06

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

내 기억에, 헨리 나우웬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 개신교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물론 그의 책은 저작권과 상관없이 가톨릭 출판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출간되었지만). 두란노를 시작으로, IVP와 좋은씨앗 등이 그의 책을 '남김 없이' 출간했다. 가톨릭 사제의 책이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에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출판사들도 놀랐을 것이다(개신교 진영에서 번역된 나우웬의 상당수의 책이 이미 가톨릭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던 책이다). 그의 책 판매량이 정점에 달했을 때, 두란노는 을 출간하며 "헨리 나우웬은 보물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그리고 그즈음 마이클 포드가 쓴 전기 (2003)이 두란노에서 출간되었다. 이 전기는 헨리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기는 ..

기고_/etc_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