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 4

그림을 그리는 엘리스

헤이리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엘리스"의 집입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우리를 매혹시킵니다. 나무의 결에 맞닿은 작가의 호흡은 하늘거리는 봄날 오후의 바람 같습니다.저와 아내도, 예지와 예서도 숨을 고르며 그림을 감상합니다. 특히 예지는 엘리스의 그림을 너무 좋아하지요. 오늘은 마침 엘리스가 계셨습니다.사진찍는 프랑스인 파스칼과 함께 사는 작가님은주로 프랑스와 인도에 계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동안 벼르던 그림들을 몇 점 샀습니다. 이것은 제가 고른 작품은, 엘리스가 무척 아끼는 작품이라고 하시더군요.아내의 생일 선물입니다. 다음은 아내가 고른 작품입니다.예서는 저 소녀가 엄마라고 합니다.(ㅋ) 예지가 여러 작품을 두고 감상평을 내놓는 모습을 보더니엘리스 님이 무척 좋아하..

視線_ 2014.02.15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이유

그의 최고의 책, 이란 수사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최근 어떤 책을 블로그에 추천했는데 그 책의 출판사 카피가 그랬다. "그의 최고의 책". 충분히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정말 그런가, 의문이다. 그의 대표작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책에 그 수사를 붙인 것은 자신감인가, 무모함인가. 그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경솔하다는 생각이다. 그 다급한 마음이야 왜 모를까 마는. 어떤 작가의 최신작이 언제나(또는 대부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때, 그것은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내겐 '소설가 김연수'가 그렇다. 그의 대표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기대한다. 그래서 이번 "복상"엔 '그의 최고의 책'이란 카피가 붙은 어떤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김연수의 소설집을 소개했다. 수년 간..

view_/책_ 2014.02.15

Y에게 추천하는 2014년 2월 첫째 주 신간

Y에게, 언젠가 말했지만, 난 편집자보단 독자로서의 욕망이 훨씬 큰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10여 년 일한 출판사에서 나올 때, 다시는 출판사에서 일하지 않기를 각오했었지. 결국, 일년도 되기 전에 밥벌이의 당위에 굴복했지만 말야.(ㅠㅠ) 대신, 다시 책을 만들면서, 그 욕망의 순전함을 다짐하고 있어. 욕망의 순전함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좋은 책에 대한 갈망이 사유의 욕망이 아니라, 삶의 욕망이길 바라는 거지. 그럴 때, 많은 책에 대한 탐심을, 좋은 책에 대한 순정 아래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어. 다음은 2월 첫째 주(1/27-2/7), 너에게 추천하는 책들. 와, 이 책이 번역되었네! '책에 관한 책'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라 하겠다. 200마리가 넘는 '고아 코끼리의 엄마' 데임 대프니 셀드..

view_/책_ 2014.02.11

꽃처럼 붉은 울음, 꽃보다 아름다운 시 (복음과상황, 140110)

꽃처럼 붉은 울음, 꽃보다 아름다운 시 ≪꽃보다 붉은 울음≫(김성리 지음│알렙 펴냄│2013년 11월) 작가 존 버거는 시와 소설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소설은 승리와 패배로 끝나는 모든 종류의 싸움에 관한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모든 것이 결과가 드러나게 되는 끝을 향해 진행해 간다. 시는 그런 승리와 패배에는 관심이 없다. 시는 부상당한 이를 돌보면서, 또 승자의 환희와 두려움에 떠는 패자의 낮은 독백에 귀를 기울이면서 싸움터를 가로질러 간다. 시는 일종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열화당, 29쪽) 소설이 어떤 서사의 전모라면, 시는 그 서사 속에 갇힌 ‘부상당한 이’의 독백이다. 시는 역설의 언어이기에 평화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