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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눈부신 햇살 너머 그분의 부활을 보다 (큐티진, 130130)

Soli_ 2013. 2. 27. 08:23

큐티진 2013년 3월호



봄날, 눈부신 햇살 너머 그분의 부활을 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존 스토트 지음황영철 옮김IVP2007)

모든 것이 은혜다(브레넌 매닝 외 지음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2012)



오랜 절망을 극복해내는 것은 시간의 섭리 속에 새로운 희망의 계절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열고 새벽이 온다. 그리고 가슴마저 얼게 만들던 추위를 깨치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봄이 온다. 서성환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순간순간 더하는 생명의 빛/환희와 외경의 빛/봄빛/봄빛/봄빛

  살아있는 모든 것/존재하는 모든 것/살아있는 기쁨, 존재하는 감격 

  (서성환, "봄빛" 중에서)


봄빛, 봄 햇살은 그렇게 희망의 언어로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속삭인다. 그리고 이 봄날의 정점에 그분의 부활 사건이 놓여있다. 


부활에 이르기 전, 예수는 십자가를 지셨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오늘날 우리가 가진 진리의 핵심이다. 20세기의 가장 신뢰받는 복음주의자였던 존 스토트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이 분야에 있어 단연 최고의 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제임스 패커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추천한다. “존 스토트는 모든 주제 중 가장 위대한 주제가 주는 도전에 웅대하게 대응한다. 성경적 정확성, 사려 깊음과 철두철미함, 질서와 체계, 도덕적 경각, 신중한 행보, 균형 잡힌 판단, 실제적 열정 등 우리가 그에게서 기대하는 모든 특질들이 여기에서 가장 충만하게 입증된다.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위대한 걸작이다. 당신의 옷을 팔아서라도 이 책을 사라! 지금 당장!” 부활은 반드시 십자가를 필요로 한다. 오늘, 우리가 부활의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저마다의 십자가를 살아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스토트는 십자가의 신학에서부터, 십자가 아래 사는 삶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오늘 우리가 붙잡아야할 십자가의 영성을 간곡히,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로 논증하고 있다. 700여 쪽이 넘는 쉽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가까운 벗들에게 늘 이렇게 당부한다. 평생 품어야할 진리로서 이 책을 기어코 읽으시길 바란다. 

 

한편, 부활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거침없는 열정적 사랑(체스터턴이 말한 대로, “the furious love of God")이다. 복음에 담겨진 하나님의 은혜, 구원에 이르게 하는 그 눈부신 은혜. 그 은혜 앞에 그저 자격 없는 부랑자처럼 우리의 존재를 조아릴 뿐이다. 하여 브레넌 매닝은 그 은혜를 ‘부랑아 복음’이라고 불렀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에 깊이 매몰된 사람이다. 프란체스코회 사제로 서품을 받은 뒤, 스페인으로 건너가 사역하던 그는, 어느 한겨울 밤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내 널 사랑해 아버지 곁을 떠났다. 내게서 달아난 너, 나를 피해 숨은 너, 내 이름을 듣지 않으려 한 너를 찾아왔다. 내 널 사랑해 얼굴에 침 세례를 받고 주먹질과 채찍질당하고 나무 십자가에 달렸다.” 브레넌은 훗날 이렇게 회상한다. “그 말씀이 불길이 되어 내 삶에 옮겨 붙었다.”고. 물론 브레넌은 그다음에도 숱하게 무너졌고 넘어졌다. 사제로서 성공적인 사역을 하는 듯 보였지만, 어느샌가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사역을 중단하고 건강을 잃었다. 사제직을 내려놓고 결혼했지만 곧 이혼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바 하나님은 그를 붙잡았고, 그는 늘 그 십자가를 기억했다. 돌아갈 집이 그에겐 있었다. 그리스도의 부활에 직면한 우리 존재의 가난함은, 이제 더 이상 도망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제 그분의 ‘맹렬하고도 미칠 듯한 사랑’의 대상인 까닭이다. “그분은 까닭없는 사랑이시다.”(사자와 어린양, 22면)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레넌 매닝의 마지막 저작이자 회고록인 <모든 것이 은혜다>를 권하고 싶다. 그의 인생, 그 자체가 은혜의 역설이며, 부활의 증거이다.   


  내가 그를 '더' 찾았다기보다 그가 '더' 나를 찾았다. 

  기독교는 어떤 도덕 규칙이 아니라 연애였고, 나는 그것을 직접 경험했다(100면). 

  

부활은 우리 신앙의 절정이지만, 또한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모든 가능성은 이에 근거한다. 부활의 신앙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삶에 숭고한 미학적 가치를 부여한다.  ‘부랑아’ 같았던 가난한 우리 존재를 찬란한 빛으로 구원하시고 영원한 나라에의 소망을 지금 이곳에서 살아내도록 하신다. 봄날, 눈부신 햇살이 그분의 부활과 맞닿아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3/01/30